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사람이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려치는 번개여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꽈리 : 박정구

누이야, 꽈리 따러 가자.

엄마 치마폭에 숨어서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서 맺은

호롱불 같은 꽈리 만나러 가자.

누이야, 꽈리 불러 가자.

먼 옛날 처녀 적에 깨물면서 부는 소리

엄마의 첫사랑이 숨어서 들었다던

그 소리 들으러 가자.

엄마를 닮은 누이야,

꽈리 소리를 묻어둔 고향집 정지문 옆에 앉아

육지 떠난 오빠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입안이 닳도록 불었던 꽈르르 꽈르르 그 소리,

오늘은 내가 깨물면서 부를란다.

누이야, 꽈리 찾으러 고향에 가자.

연자 박정구를 기준으로 좌측부터 이신택, 오덕봉, 문병호
 
 
우측 뒤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이재선, 양인상, 공경원, 남일홍, 김용해
 
 
정구 우측으로 신수룡, 이홍선
 
 
박정구 시인의 선물 보따리, 참가한 친구들 모두에게 자필 싸인해서 증정함.
 
2차에서 김용해 신부가 쏜 맥주가 압권이었다.
아마도 친구들 모두 신부님이 산 술은 처음 마셔봤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