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고등학교28회

봄비 단상
ㆍ작성자: 이경호	ㆍ작성일: 2015/03/18	ㆍ조회: 1477
ㆍ추천: 0	ㆍIP: 211.xxx.212	http://blog.naver.com/ped6009

'가을 마당엔 흩쓸리는 낙엽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라.'
마당을 쓸던 작은 스님들에게 큰 스님이 한 말이다.
내 인생에 저리 흩뿌려진 낙엽들은 무엇이던가?

채 여물지 않은 바상바상한 봄비가 온다. 바람 끝엔 찬 살기가 있어 봄비라 부르기엔 아직 냉랭하다. 계절은 또 다른 계절과 매듭을 짓지 않는다. '어느날 봄'이라는 말이 그 말이다. 봄비는 그래서 더 사방스럽다. 대체 봄이라는 거야, 괜히 봄을 빌린 그냥 비일 뿐인 거야.

봄비는 가끔 인생스럽기도 하다. 몸 어느 곳에 씨앗 하나 심은 이들에게 봄비는 축제만 할테고 아니한 이들에겐 추적거리는 날씨일 뿐이겠다. 봄비 속에도 큰 스님의 목소리가 들릴만한데. '기다리던 봄비에 웬 우산?' 이라면 어색할까.

마당의 낙엽처럼, 우산없는 봄비처럼 허허로운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 채인 사랑마저 정성스레 간직하고 있는 지극함일까. 사랑은 사랑이고 섹스는 섹스라는 이분법적 모순을 밀어붙이는 허풍스런 여유일까. 아니면 '욕망, 난 네가 무엇을 하건 널 응원할테니' 라는 자기기만의 모습일까.

가을엔 낙엽이 쓸려다니고 겨울나무엔 까치밥이나 남기고, 봄비엔 옷이나 젖다가 여름엔 모기에 피 보시나 할 양으로 견디면 인생 틈틈으로 날라오는 활촉의 찟기는 통증은 겨우 피할 수 있을까.

아직 사랑이 남아있음을 꿈꾸게 하는 누가 있을까.
'하게되면 하는 것'이라고 섹스엔 여전히 허풍을 풀어야겠지.
욕망에 관한 한 그 선택 외엔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을..............
빗장을 허술하게 풀어놓고...........

세월이 삶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은 계절따라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 하루는 봄 비에 싹틔울 씨앗 하나 찾아봐야겠다. 또 한 세월의 시작같아서 촉촉히 젖어가는 봄비가 좋다. '촉촉히 젖은'이라는 뉘앙스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건 어느 해 어느 계절 때부터 였을까. 누구였을까.

어젠 이수복 시인의 봄비와
이장희 시인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를 다시금 외웠다.

김현 비평가가 그랬다.
너가 시를 하나 외우는 순간
너는 이전의 너가 아니고 새로운 너가 된다.

외우는데 집착하는 건 치매가 걱정되는 이유인가 싶다.
아니면 시 백 개를 외우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어진다는 어떤 이의 말 때문이기도 하다.

심심할 때는 아는 시 하나씩 외워보는 것도 재밌다.
술 자리에서 시 한 소절 외우는 것은 여전한 낭만으로 남아있겠지 아마....

이선재 2015-03-18 12:31	봄은 봄이다 봄은 또다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다 매번 반복되는 사계절이지만 봄,여름,가을, 겨울 중 첫번째계절이다 그만큼 중요한계절이고, 좋은씨앗을 뿌려야 할 것이다 우리마음도 그렇다 좋은마음을 갖기위해선 좋은 마음의 씨앗을 뿌려야 할 것이다. 여기에 촉촉한 단비인 봄비를 젖셔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

보해 2015-03-18 15:14	부산도 하루 종일 비가 많이 오네. 평소의 필치와 다르게 많은 감성이 젖어있어 좋그만..... 봄비 덕분에 몇 줄 써 볼 생각으로 들어왔다가 대신한 것 같아 오늘은 넘어가야 겠네.

보강 2015-03-19 09:48	봄비- 여로 甫剛(보강) 金永萬(김영만) 사계절 운무 가득한 삼각산 천 년 봄비 젊은 날 벗과 함께하고 을미년 긴 겨울 서풍 불어 계양산 아래서 맞으니 옛 벗들과 종일 걸었던 찻잔에 어린 추억에 젖어 지난날처럼 함박웃음에 세월 따라 봄비 맞으며 벗과 함께 거닐고 싶은 여로 - 2015년 03월 18일 16시 40분 - ------♡♡♡---♡♡♡---- 오늘 유럽 여행 떠나면서 그 길 위의 여로를 생각하면서 올려보네.

이선재 2015-03-19 09:52	보강이도 유유자적하게 살그만 ~ 따스한 봄볕속에 재미지게 살아보자

보강 2015-03-19 09:58	《Re》이선재 님 , 반갑네 친구 살아가는게 여행 아니겠는가 그 길 위의 만남 그리고 또 가는 길 나를 살피는 시간이네 행복하세 친구

이경호 2015-03-19 10:28	유럽 다녀오시나... 좋은 경험 많이 챙겨오시게 떠나라 낯선 곳으로..라고 했네 낯설다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간직하고 오기를..

보강 2015-03-19 11:44	《Re》이경호 님 , 그래 고맙네 날 다람쥐의 첫 발 호기심으로 ...

진용출 2015-03-19 13:48	이제는 나에게 시를 하나씩 외우라고 하는 것은 언어 폭력(?)이다,,,술자리 낭만을 차라리 포기하고 싶다,,,,ㅎㅎ 차라리 시를 외워 읊어 줄 수 있는 친구를 찾아 보려네,,,,그대상이 경호였으면 좋겠다,,,,ㅎ

이경호

2015-03-20 09:08

내 18 번이 박인환 목마와 숙녀라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언제 함 볼 기회있으면 음율따라 춤추듯이 읊어드림세 ㅎㅎ


이선재	모처럼만에 경호친구의 내면을 들여다 볼수 글을 읽게되었네 앞으로 카페에서 종종 보자 글고 너도 친구글에다 댓글도 달아주고 그러소 배려심 말이야 ㅋㅋ	3/20 10:18

김대철 2015-03-21 09:06	이 나이에 봄비가 친구들의 감성을 이토록 자극하는 것을 보니 다들 좋아 보이네. 주변 상황에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것을 하나의 수신으로 삼다보니 계절변화에도 둔감한 것 같다. 시를 중요시 여기는 공자도 비슷한 말을 한 것 같다. "시경에 있는 시 300수는 사악함을 없애준다고" 그는 한술 더떠 좋은 글을 읽으라 했지. 나쁜 글은 해를 끼친다고. 인을 베푸는데 있어 차별이 없었던 그도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철저하게 '근묵자흑'을 외쳤지. 친구들을 통해 나도 봄을 느끼는 것은 좋은 친구들을 옆에 둔 덕이다. 오늘과 내일 야외에서 보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