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통닭을 통한 축복

 회사의 화사모라는 봉사조직의 연례 봉사의 날,

 팀 동료들과 삼혜원 아동센타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팽이치기,
제기차기등 민속놀이 한마당을 하고, 선물도 주고, 먹고 마시다 왔다.
우리 2조(102호실) 아이들...윤수, 성현, 성민, 건우, 재혁, 지훈, 효빈, 재일, 재희,
대호, 강호, 동현이....
처음엔 몇 아이는 수줍어 하고, 외면 하기도 하였지만 얼마 되지 않아 ,
손잡고 매달려서 쉬지 않고 재잘거리며 살갑게 대하는 것이 꽤나 정에 굶주렸나 보다.
참 흐믓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네.

참 나는 김수현으로 불리웠단다 ㅎㅎㅎ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면 나중에 상을 주기로 하자, 우리 직원들은 외우기 쉬운
닉네임을 정하였는데. 나는 울면서 별그대를 본다는 김희선 쌤덕에 최근 인기있었던
드라마 주인공 배우 이름으로 하였다. 그 나이때는 나도 한 인물했응께 ㅎㅎㅎ
별그대 김수현처럼, 외계인처럼 문득 왔다가 가버리는 그런 존재가 되기 싫어서
아이들을 위하여 계속 기도하려고 이름을 적어 왔고,
봉사활동 후 김형구 계장의 제안에 따라 팀원들이 삼혜원 후원자가 되어
앞으로 계속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 가기로 하였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순간이 나에게는 24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24년 전 이곳 여수에 와서 첫 직장 생활을 할 때,
일가 친척이 아무도 없는 객지에서 외로웠던 시절 고아원에 찾아가 봉사를 하면서 정을 나눴었다.
당시 그 고아원에는 고2부터 유치원생까지 22명의 아이들이 한 그룹으로 되어있어서
간식거리를 사가서 함께 먹으며 어울려 놀다가 왔는데, 어린이 날이 되자 간식 대신
아이들의 선물을 사서 갔었다.
그런데 선물을 받는 아이들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를 않은거야
평소 간식을 사가면, 소리 높여 인사하며 반기던 모습은 사라지고,
풀 죽은 모습으로 받은 선물을 한 곳에 모으길래 너희들 각자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였더니,
그중 한아이가 “이런 선물이 들어오면 사무실에 제출하고, 나중에 필요한 아이에게 지급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이들은 누가 올 때, 학용품 등의 선물을 사 오는 것은 별로 기쁘지 않으며
제일 하고 싶은 것이 양념통닭을 먹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 당시 내 월급은 요즘으로 치면,
최저임금 수준으로 매 달 십분의 일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 갈 때라서 
원하는 양념통닭을 바로 사 줄 수가 없었다.

3개월 동안 돈을 모아서, 인근 중학교 교정 나무아래서 아이들과 둘러앉아 양념통닭을 시켜다 먹고,
함께 공차며 뛰놀다 왔는데...그 때 그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날 돌아오는 시내 버스에서 아내와 손을 잡고 나란히 앉아서, 돈이 적당히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지 않았을까?
그 기도에 응답을 하셨는지, 그해 말 신설하는 엘지석유화학에서 나와 같은 경력을 가진 직원을 찾는다고,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회사를 옮겼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성경에 약속하신 축복의 말씀중에서
"네 소산의 십분의 일을 내어, 너희 중에 분깃이 없는 레위인과

 네 성중에 거하는 객과 고아와 과부들이 배부르게 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여호와께서 네 손으로 하는 범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신명기 14:28~29.
이 구절을 우리 가정에 주신 레마의 말씀으로 받아 실천하고자 노력하며 살았더니
하나님께서 약속하신대로 응답하시어 범사에 복을 주셨다.
그리하여 지금은 이번에 함께한 삼혜원 아이들이 만약에 양념통닭을 먹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76명 모두에게 사 줄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믿음을 실천하며 살고자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정작 도움을 받고
축복을 받은 것은 나 자신이었다.
고아원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하여 산 양념통닭이 저의 삶의 축복이 되었다

이 땅에 살아 있는 동안에 또 다른 양념 통닭을 살 일이 있는지,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지, 게으르지 않게 살피며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