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옆으로 흐르는 이른 시간 덕숭산 수덕사를 찾았다.
수덕여관과 함께 여러번 들랑거렸지만 대웅전의 참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다시 기어들어왔다.
홀로 고풍스럽게 남아있는 수덕사 대웅전.
저 하얀 계단은 또 뭐야! 짜증
 
수덕사는 이미 비대해졌다. 의미없는 조각품들과 거대한 건물들이 공간을 매꿨다.
덕숭총림이 되면서부터였을까? 돈 냄새가 가득하다. 피하고 피해 대웅전만 찾았다.
 
1308 년 만들어졌다는 대웅전
 
 
 
주심포 양식의 대웅전. 국보 49호
고려 시대의 건물 .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고려 3 대 건축물.
 
기둥 위에 지붕과 연결된 받침대같은 것을 공포라고 하는데
공포가 기둥 위에만 있는 것을 주심포 柱心 (기둥에 하나)
기둥과 기둥 사이에 여러 공포들을 끼워 넣어 하중을 분산시킨 것을 다포多 양식이라 한다.
4 개의 기둥에 4 개의 공포만이 있다. 작은 건물에 적합하다.
주심포는 작은 고려 시대 건물들. 다포 양식은 커다란 건물을 지을 때 쓰는 양식이라 한다. 주로 조선.
사찰을 볼 때 읽는 하나의 방식.

 
 
 
옆 모습이 배롱과 어울려 화사하다.
기둥이 다섯개. 공간을 넷으로 정확히 구분했다.
마치 모딜리아니의 컴포지션을 보는 듯.
위 아래로 굵기가 다른 두 개의 기둥은 배흘림이라 하며 고려 건축의 특징

  
기둥과 기둥을 연결한 대들보같은 것은 들보
들보와 기둥을 연결하는 기하학적 무늬가 보인다.
                       
  
우미량이라 불리는 이 기하학적 구조가 수덕사 대웅전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수덕사에서는 대웅전만 빙글빙글 돌다가 눈 감고 나와버렸다.
수덕 여관의 일엽 나혜석 이응로 화백의 이야기는 익히 아는 바 훌쩍

 
 
대웅전을 제외한 수덕사의 참담함에 그나마 위안을 받은 조각상.
볼이 깊게 패여 저절로 웃음이 되어버린 눈짓은 미안하다는 미소일까
 
사찰의 건축물들은 99%가 조선 시대, 그리고 후기의 건축물들이다.  고려 시대의 건축물을 보기로는 깊은 골에 있는 안동 봉정사와 영주 부석사를 빼고는 교통 좋기로는 수덕사 대웅전이다. 
 
수덕사 여행은 역시 덕숭산행과 동반되어야 한다. 좋다가 아니라 산행을 준비하지 않으면 수덕사는 그저 그런 사찰이 되고만다. 산행이 시작되는 순간 수덕사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경허 만공 스님의 흔적이 있고 작은 암자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산행을 격려하기 때문이다.
 
 
 
오르는 길에 경허 스님이 머물렀다는 작은 암자. 덕숭산의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오르는 내내 작은 암자들이 흩어져 있어 길이 즐겁다. (산행은 지난 번 이야기)
 

 
견성암과 정혜사로 오르는 길에 많은 암자들이 있다.
수행 중이니 못들어오게야 하겠지만 지칠 때 만나는 암자야 얼마나 반갑겠나.

 
 
수덕 여관은 관광상품으로 새로 지어 볼품이 없지만 이응로 화백의 암각이 곱게 남아있다.
하늘과 땅의 모든 이치를 담고 있단다.
 
추사 고택 -
 
 
 
솟을 대문 한 장면만으로도 압도되는 추사 고택 전경
솟을 대문이란 위엄도 있겠지만 가마같은 것들이 들어갈 수 있게 높게 지은 이유도 있다.
 
  
                       죽로지실 . 전서로 유명한 글. 대나무 차를 끓이는 방 정도.
 
추사는 글씨를 잘 쓴 서예가가 아니라 조선에 몇 손가락에 꼽히는 천재였다.
추사고택은 추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그의 무덤이 고택 옆에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죽다.
 
박제가의 제자로 북학을 정통 학문으로 끌어들인 실학자이며
안동 김씨에 밀려 제주도와 함경도로 귀향하느라 헛 세월을 보내버린 불운의 천재.
 
 

 
   
 
그저 그런 고택인 줄로 보았다가 뒷마당을 돌아서는데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을 줄.
뒷 쪽으로 나즈막히 걷다보니 마치 추사가 된 듯한 소름까지 일더라. 
추사고택의 아름다움은 저 길 쪽으로 이어져있었다.

 

 

두 사진은 고택의 사진 부분. 마당과 뒷채

ㅁ 자형 안채는 들어갈 수 없고 중간은 그의 묘.  

추사의 좋아하는 글귀가 주련으로 걸려있다.
 
  

  
 
대팽두부과강채  좋은 반찬이란 (대팽) 두부 , 오이 , 생강, 나물
고회부처아여손  좋은 모임이란 (고회) 부부와 아들과 딸,  손자손녀

  
멀리 추사의 묘
 

 
 
몇 백미터 거리에 추사가 직접 청에서 가져와 심었다는 백송
천연기념물이다.
백송을 또 어디서 봤더라. 수원 건융릉 입구에 있었고.....
 
 
추사를 모르는 이도 없지만 아는 이도 없다고 하니 이 말로 그를 가늠할 만 하다.
하여 추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말이 없다.
한승원의 추사를 읽기는 했는데...... 이게 뭐지? 이 막막함.
 
유학과 금속학(비석 해석학)의 대가였으며 북학파 박제가의 제자였다.
안동 김씨의 견재로 50 쯤에 제주도 유배 9 년을 있으면서 추사체와 세한도 등을 완성한다.
아마도 유배 기간이 없었더라면 그만큼 유명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제주도 유배를 가는 길에 초의와 함께 해남 대흥사에 들렀다.
대웅전의 글씨를 보고 - 이광사의 글, 조선 후기 추사 이전의 최고의 서예가로 동국진체를 완성한 - 간판을 떼 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글씨를 붙여놓는다.
9 년후 해배되어 나오는 길에 다시 대흥사에 들른다.
이광사의 현판이 남아있는가 묻고는 다시 그것으로 바꿔 달라고 한다.
지금 대흥사 대웅보전은 이광사의 글씨이다.
다른 사찰엔 추사의 글씨체가 많이 남아있으나 대흥사에는 없다.( 맞나? 틀리나?) 어디선가 봤는데...
 
왜 다시 바꿔 달라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