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로 사랑 실천한 차남수 선생| 

<선진열전>

의술로 사랑을 실천한 의사 차남수 선생

차남수 선생(車南守 1903~1990)은 우리나라 외과전문의 자격 제1호로 1941년부터 199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50년간을 질병에 시달리는 제주와 목포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오롯이 바쳤다. 의료와 가정, 그리고 신앙생활에 모범적인 길을 걸어가신 분이었다.

차남수 선생은 1903년 무안군 삼향면 용포리에서 父 차성술의 3남으로 태어났다. 목포북교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도일, 규슈제국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후 귀국했다.  일본 의사면허를 받았어도 일제 강점기에 대부분의 한국인 의사들은 어떤 기관의 정식직원으로 임명되기 힘들어 의학교 졸업 후 도립병원에 잠깐 머물다가 개업하는 것이 상례였다.

차남수 선생은 귀국후 대구의학전문학교 교수, 제주도립병원, 경상북도안동병원, 국립소록도병원, 국립부산재활원 등에서 원장으로 일했다. 소록도병원에는 제11대 원장(1960. 6.3 ~ 1961. 1.13)으로 7개월간 역임하고 동일자로 국립재활원장에 전임했다.

 1919년 이후 사이토 총독의 문화통치가 실시되면서 지방분권제도가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자혜의원이 각 도의 관할로 되었고 자혜의원은 도립의원으로 개칭된다. 1937년 전국의 도립의원 수는 총 37곳, 출장소는 4곳에 달했다.  

『조선총독부및소속관서직원록(1937)』에 의하면, 제주 재임시 차남수 선생의 관직은 의관(醫官), 소속은 지방관서 전라남도, 직속기관은 도립제주의원, 관등은 7등8급, 공훈은 종7이었다. 1936년 6월 도립 제주의 원장 사무취급으로 발령됨과 동시에 제주고의 교의로 위촉받아 2년간 활동했다. 일본강점기 제주고는 도립제주의원 의사 중에서 능력있는 사람을 초빙, 교의를 담당하도록 했는데, 일제시대 유일한 한국인 교의였다. 

당시 도립병원의 외과는 정형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도 포함하고 있었고, 마취까지도 외과의가 해결했다. 마취는 프로카인을 주사로 만들어 국소마취 또는 요추마취가 주로 실시되었으며, 전신마취는 에테르 점적마취가 사용되었다. 차남수 선생이 제주 재임시에 충수절제술이 시작되었으며, 간농양에 대한 수술(천자배농법)이 성공하였고, 이후 장폐쇄수술, 유방절제술, 담낭절제술, 위절제술, 대장절제술 등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과처치는 배농술이 주종이었다.  

차남수 선생은 도립의원을 사임하고 1938년 5월 제주읍에 입원실을 갖춘 '차남의원'을 개원한 바도 있다. 그 후 경상북도안동병원으로 옮겼다가 1941년 목포시 대안동12번지에서 차남수의원을 개원했다. 개인의원 또는 병원으로서 전국에 연혁이 알려진 곳을 보면 1931년 서울 사회영중앙실비진료원(社會營中央實費診療院: 민중병원), 1935년 군산 개정자혜진료소(開井慈惠診療所: 개정병원), 1941년 서울 충무로의 백인제외과의원(백병원)과 목포 차남수(車南守)의원, 1942년 인천에 부평안(安)의원, 1943년 서울에 신중의원(信衆醫院) 등이 손꼽는다. 차남수의원은 차남수외과의원, 차남수병원으로 발전하면서 큰아들 차우균 박사(車右鈞. 복음교회 장로, 서울대의과대 졸)가 운영하다가 1988년 몰후 폐업했다. 

그는 평생을 '의술은 인술이어야 한다'는 굳은 신념 아래 환자들을 정성으로 치료해 준 사랑의 실천가였다. 그는 병원을 돈을 버는 사업장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가진 의술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곳으로 여기고 가난한 환자, 특히 부모곁을 떠나 공부하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무료진료를 많이 베풀었다. 그의 이러한 선행 덕택에 6·25때는 해남으로 피신중 빨치산에 붙잡혀 처형 직전에 빨치산 대원 가운데 그의 무료 진료로 목숨을 구한 이가 "저 의사는 우리를 위하여 살았습니다. 가난한 자의 편입니다."하고 마을 사람들도 증언하여 살아난 기적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외과전문의 표방제도는 6.25 직후인 1952년 서류심사로 시작됐고, 1960년부터 외과전문의 자격시험제도가 실시됐다. 이로써 보면 차남수 선생은 1952년 당시 외과전문의 자격을 제1호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차남수 선생은 신앙이 독실하여 1954년 10월 대한예수교장로회 목포제일교회 장로로 장립됐다. 목포RC소속 로타리안으로 활약했고, 1973~74 국제로타리D-377지구(전라남북도) 총재를 역임했으며, 사단법인 한국로타리 총재단 창립(1986년 6월) 멤버이며 초대 부의장을 역임했다.

차남수 선생은 88세로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에 떨리는 손으로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써놓았다.

"고별 인사

본인은 생의 마지막 언덕위에 서서 평소 본인을 아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삼가 인사를 올립니다.

먼저 88세의 미수(米壽)까지 생을 누리도록 성은을 베풀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이 복된 삶을 이어 오는 동안

본인에게 지혜와 용기를 베풀어 주신 여러 스승님과 선배님들 그리고 벗님,

후배 여러분에게도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한 조각 뜬 구름에 불과한 인생이 종말의 시간이 온다는 것은 천명이요,

사람의 숙명일진대 본인은 기쁜 마음으로 천명에 순응하려 합니다.

본인은 긴 세월동안 하나님의 가르치심을 따르려 애써 왔으며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오직 의는 인술이라는 신념하나로 살아 왔기 때문에 여한이 없습니다.

본인의 마음의 요람이요, 가슴 속에 영상이었던 유달산과

정감 두터웠던 목포의 친지 곁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과 서러움만이 있을 뿐입니다. 

본인의 간절하고도 마지막 기도와 소원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내 고향 목포인들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우실 것을 바라는 마음이요,

또 한 가지는 의사님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꼭 지켜 주시라는 간곡한 소망입니다.

모든 형제자매여!

이제 본인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부디 안녕히들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1990.

차남수 올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자연으로 고맙게 돌아간다는 순명(順命)의 생사관이 엿보인다. 그의 모습에서 여생을 차분히 정리하며 살아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인생의 귀중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 아울러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도 빼놓지 않고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그의 삶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게 한다. 후배 의사들은 생전의 차남수 선생을 정성으로 환자를 돌본 사랑의 실천가로 기억하고 있다.  

후손으로는 5남 3녀로 아들 차우균(故人, 차남수외과원장) 일석(연세대 교수, 서울시 부시장, 조선호텔 사장, 국민일보와 서울신문 사장 역임)  인석(교수 퇴임, 철학) 호석(在美) 우석(在美), 딸 복자 복희 영신이 있다. 손자 중에 차창민씨는 서울에서 세인성형외과를 개업하고 있고, 차성은 씨는 현 김황식 국무총리의 부인이다.

< 유족 연락처> 전남 목포시 대안동 12 전화 061-243-1232 또는

< 서울강남구 신사동600-1 ISA빌딩 6층 세인성형외과의원 차창민 011-792-2674>

 *출처: 제주의사회다음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