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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 산행기 12편-닭목령,고루포기산,대관령(27구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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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2011/04/08 | ㆍ조회: 2069 | |
| ㆍ추천: 0 | ㆍIP: 58.xxx.180 | |
일면 걱정도 되었지만, 이번 계획 구간 중 일부인 능경봉-대관령 구간은 일반 등산객들도 즐기는 구간이라 약간 눈이 다져져 있을 지도 모른단다. 대간 산행 길은 항상 이렇게 희망 섞인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다. 결과는 대개 기대 보다는 우려가 현실화 되는게 다반사이지만...... 3월 5일 토요일, 아침 4시 30분! 막강 강총무님이 업무상 이번에는 참가하지 못하신단다. 대신 내가 24시 태극김밥에 들러 회원들이 먹을 아침거리 김밥을 갈무리하고.......송총무님을 모시고 중앙역에 도착하여........정겨운 회원들과 상호 인사를 나누니....."이제 대간 길에 매주 가자"는 새삼스런 허풍도 새롭고 반가울 따름이다. 이렇게 26명의 등산클럽 전사들이 지난 주 심설산행의 간난을 까맣게 잊고......또 다시 새로운 기대를 안고 보무도 당당히 닭목령-대관령 심설산행 길에 올랐다. 1. 산행일시 및 구간 ◆ 산행구간 : 닭목령-제1왕산쉼터-제2왕산쉼터-고루포기산-전망대-능경봉-대관령(12.95Km) : 2011년 3월 5일(토), 당일산행, 산행시간(09:07~14:12, 실제 산행 시간 5시간 5분 소요)  2. 시산제! 지난 번 대간의 중간 기착점인 닭목령에 도착하였다. 닭의 목아지를 닮은 형상에서 유래한 지명이란다. 날씨는 맑고 햇볕이 잘 드는 쌀쌀한....산행에는 최적의 날씨이다. 잽싸게 차에서 내려 시산제 준비를 서로 거든다. 물론 집행부들이 고생이 많다. 돼지머리와 시루떡, 그리고 과일을 중심으로 한 상을 뚝딱 차려낸다. 시산제 현수막이 너무 커서 고개마루 바람에 고정하기가 쉽지가 않다. 힘 좋은 대장님들이 나서서 어찌어찌 고정을 하고......  <회장님의 정성어린 축원 삼배!!!> 천지신명에게 지난 대간 길의 무사함에 대해 감사하고.....앞으로의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축문을 정성껏 고해 바치고.......회장님부터 정성껏 삼배를 한다. 집행부, 회원 순으로 삼배하고.....또 각자 염원을 담아 감사를 표한다. 일부 회원들은 무병장수 안전산행의 비원을 담아 음복까지 마친다.  <출발 전 들머리 닭목령에서 일행 모습>  <슈퍼래빗과 출발 전 전의를 다지고....> 시산제 젯상을 정리하고........바로 무릎에서 허벅지 까지 푹푹 빠지는 심설산행에 돌입한다. 지난 주보다 눈이 더욱 더 깊어진 것 같다. 산의아들이 오늘 산행은 땀에 흠뻑 젖는 여름산행에 진배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가능한 가벼운 몸차림으로 강행군을 해야 한다는 말씀! 나는 지난 주 심설산행의 경험을 살려 아이젠, 바라크라바, 방한장갑, 고어텍스 자켓까지 아예 배낭속에 넣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발하였다.  <일렬 행군! 앞 사람 발자국을 따라 한 발자욱씩....ㅠㅠㅠㅠ> 3. 심설지옥! 지난 주보다 깊이가 훨씬 깊다. 한 발씩 앞사람 발자국에 맞추어 딛고......또 발을 들어올려 또 한 걸음을 떼고......마치 남자들이 고래잡은 후 엉거주춤 걷는 것처럼 어기적 어기적 걷자니.....이거 영 모양이 안나고 힘도 몇 배 더 든다. 우리 팀이 최초로 이 대간 구간을 개척하고 가야하는 형국이다.  <오르막에서는 미끄러지기 일쑤......몇 미터도 버벅댄다!> 부지런히 걷고 또 걷는다. 금방 얼굴에 땀방울이 맺히고.......눈에 소금기가 흘러내려 시야가 좋지않다. 5~6명씩 평지와 낮은 언덕을 번갈아 걷는데...... 약간의 깔끄막에서도 선두부터 후미까지가 자꾸 미끌리며 비비적 댄다. 선두는 러셀(맨 앞에서 길을 내고 가는 것)을 하느라 기진맥진! 서로 번갈아 가면서 길을 헤쳐 나간다.  <홍삼한방님과 오르막에서 한숨 쉬어가며.......> 길이(다리)가 짧은 사람과 여성회원들은 더욱 힘들다. 발을 헛디뎌 앞사람 발자욱이 아니라 신설을 밟으면 그냥 허리까지 몸이 빠진다. 거시기까지 눈밭에 듬뿍 잠긴다. 물론 정력강화를 위해 어떤 사람들은 차가운 폭포수에 거시기를 단련한다 하고.......아랍쪽 사람들은 뜨거운 모래에 찜질한다고 하지 않는가???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거기서 빠져 나올려면 눈과 제대로 씨름해야 한다.  <정말 눈 깊이가 장난이 아니다.....> 4. 제1,2 왕산쉼터를 넘어..... 이번 구간의 중간이 고루포기산이다. 그런데 도중에 있는 제1,2왕산쉼터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벌써 몸은 천근 만근 지쳐가니........자꾸 뒤만 돌아본다. 정말 산행속도가 한없이 느리다. 양갱이나 카라멜로 영양을 보충해가며 걷고 또 걷는데.....머릿 속이 하얘지며 비몽사몽 간에 눈과 내가 하나가 된다.  <왕산제2쉼터에서 한숨을 고르며....> 하이얀 눈밭 속에서.......햇빛에 반사되어 언뜻언뜻 비추이는 반사광이 너무나 하얗고....투명하고.....티없이 맑다. 마치 사금파리에 비추어 잘게 부숴지는 햇빛처럼 순간의 광채가 사방에서 빛난다. 우리 모두의 인생에서도 이렇게 광채가 번뜩인 시절이나 순간들이 무수히 있었을 터! 지금은 모두들 아스라한 기억 저편으로 밀쳐두고..........인생과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묵묵히 걷고 또 걸을 뿐!  <대간 길! 친근한 벗........산죽의 겨울 모습> 백두대간 길! 4계절 내내 틈틈이 가지가지 모습으로 대간 꾼들을 반겨주는 산죽! 비록 평야지대에 있는 늘씬하고 멋있는 대나무의 위용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낮은 자세로, 낮은 목소리로, 항상 푸른 빛을 띠고 대간 길의 노고를 위로해 준다. 봄에는 푸르게 솟는 여린 새싹과 나뭇잎에게 희망을 북돋우고 , 여름에는 맑은 한줄기 바람과 함께 푸른 기운을 맘껏 발산한다. 가을에는 낙엽과 함께 소스라치며 지난 여름 질풍노도의 격정을 노래하고, 겨울에는 이렇게 새하얀 눈밭에서도 의연하게 푸르름을 간직하고 우리에게 새봄의 희망을 일깨운다.  <고루포기산에서 선두 김대장과 함께!> 5. 아! 고루포기산! 겨우 도착한 고루포기산! 그런데 십수번 대간산행 중 산행 중간에는 한 번도 조우할 수 없었던 선두진들이 여기에서 점심을 들고 계신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러셀(Russel,등산용어,선두에서 눈을 헤치고 길을 내며 가는 것) 하시느라 너무너무 힘들었단다. 선두와도 한 컷하고(정말 영광이다.) 약간의 간식을 들고 조금 쉰 후에 출발하였는데.......물론 여기서부터는 내리막이 많고 미끄러워 모두들 아이젠을 차기로 한다.  <전망대에서 일행과 함께......> 한참을 전진하여 전망대(조망이 좋다)에 도착하였다. 모두들 한 껏 펼쳐진 설경을 조망하고 사진도 찍고.......누군가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한다. 물론 허기가 오기 전에 먼저 조금씩 열량을 보충해 주는게 등산의 기본! 만에 하나라도 탈진 현상이라도 먼저 오면 이런 심설지옥에서 큰 일일터! 앞에가는 슈퍼래빗과 철녀님에게 점심 먹고 가자고 부르는데.......짧은 거리라도 되돌아 오기가 힘들어서인지.......망설이다가 그냥 가신다.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리니~~~ㅎㅎㅎ 넓고 편한 전망대에서 점심 잔칫상을 펼쳤는데.......이거 장난이 아니다. 어제 저녁 송총무님이 집에서 잔치를 치르고 귀중한 음식을 따뜻한 보온 도시락에 싸 오셨는데......제주도 특산인 몸국(깊게 우려낸 돈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국, 모자반 향이 살인적임), 제주도 흑돈 오겹살 보쌈, 부침개, 김치 등 푸짐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풀잎님과 일행들도 정성껏 준비해온 음식과 과일을 꺼내니.......모두들 젓가락 행마하느라 부산하다. 거기에 진한 복분자주(4홉)를 곁들이니~~~~모두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설산과 자신이 하나되는 몰아일체의 체험을 나누었으리라! 6. 머나먼 능경봉......그리고 대관령!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앞으로 가야할 대간 길을 조망하니......저어기 멀리 능경봉이 보인다. 여기에서 대략 4~5Km거리이다. 능경봉을 넘어서 1~2Km만 더 가면 목적지인 대관령이라니........오직 능경봉을 향하여 일행이 속도를 낸다. 여기도 대부분 심설이고, 간혹 조금씩 다져진 눈길도 나타난다. 물론 이마저도 감지덕지이다. 그런데 가도 가도 능경봉은 나타나지 않고....... 거의 중간 쯤 왔는데, 갑자기 마주오는 등산객들과 조우하였다. 반가와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서로 반대방향으로 멀어진다. 조금 더 진행하니 이런 심설에 초등학교 1~2학년쯤 되는 애를 동반한 가족 등산객도 만났다. 대단한 일이다. 그 중에는 얘가 힘들어 해서인지 등에 업고 등산하는 가족도 있다. 참 인간의 의지와 생존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능경봉에 도착하다!> 얼마를 걸었을까? 능경봉을 향한 마지막 깔끄막에 올라서니.....점심식사때 먼저 출발했던 슈퍼래빗 등 대다수 일행과 조우하였다. 서로 수고했다고 공치사를 나누며 번갈아 사진도 찍고 물도 마시며 심신을 추스린다. 이제 내리막만 남았단다. 일반 등산객들의 발자욱으로 다져진 길이라 한결 수월하단다. 내려가는 길에 시청에 근무하시는 새벽님이 역시 흥에 겨워 시를 큰소리로 읊조린다. 아마 윤동주님의 서시와 또 눈에 관한 시였던것 같다. 나도 속으로 양희은님의 "한계령" 노랫가락을 흥얼대며 지친 발걸음을 내딛는다.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날머리 대관령, 영동고속도로 기념탑 앞에서......> 여성회원님들은 주저앉아 미끄럼을 타기도 하다가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로 자제하신다. 마지막 대관령에 커다란 거북상과 함께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탑"을 만나 기념사진을 남긴다. 역시 세찬 대관령 바람이 우리의 마지막 대간길을 마무리로 전송한다. 후반부 구간이 약간은 다져진 길이라 지난 번 삽당령-닭목령 구간보다 힘도 덜 들었고 산행시간도 1시간 정도 단축된 것 같다. 7. 하산주와.....그리고 집으로! 오늘의 하산식/하산주는 대관령에서 준비가 불가능하여 가까운 비닐하우스로 이동하였다. 단체 등산객들을 위하여 마을 비닐하우스를 4~5만원 받고 빌려주는 곳이다. 역시 자본주의의 놀라운 역동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따라온다! 아침 시산제에 참여하신 돼지머리님을 김치찌개로 조리하여 내었는데.........맛은 그렇게 별로였던 것 같다. 아마 오랜만에 요리하여 기사님의 조리 감각이 조금 떨어지신 듯! 암튼 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하우스 안에서 소주 몇 잔을 기울이고 귀가 길에 올랐다. 두 주에 연이은 심설산행에서 선도자(러셀 하신 분)들의 역할은 정말 힘들고 막중하였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 인도하고, 새로운 길을 내고, 다음 사람이 뒤따르고....또 뒤를 잇고....그러다 보면 길이 생기고.......모든 사람들이 유용하게 그 길을 이용하고.....인간 만사가 그러하건데 모든 선도자들이여! 복을 받을지니~~~  <심설에 덮인 오늘의 백두대간 준령!!!>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집에 도착한 것 같다. 두 아들을 대구와 강릉 먼 땅에 유배보내고 뭔가 허허로움에 빠져있는 마눌님과.......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살아도........며느리의 남편일 수 밖에 없는 큰아들을 보면서 역시 헛헛한 노년을 보내시고 계시는 어머님! 나의 사랑하는 두 여인네를 모시고 가까운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으며 소주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멀고 힘들었던 27차 백두대간 길을 접는다.~~~~(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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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택
김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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