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부 : 서울 잡놈들의 수다

일요일 아침, 몸이 불편해서 잠에서 깼다. 어제 3차에서 소주 마시던 기억 이후로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옆에서 자고 있는 놈을 보니 도형이다. 다른 서울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 옆방에서 덕봉이와 기택이가 자고 있고, 그 옆방에서 병무가 자고 있다. 영주와 동철이는 어떻게 된 거지?

일단 함께 자고 있던 도형이를 깨웠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내가 뻗어서 그것으로 시마이하고 각자 방으로 갔다는 것이다. 영주는 밤차로 올라갔으며, 동철이는 아래층에 있다고 한다. 나로 인해서 어제 미진한 상태로 끝났다는 것이 잡놈들에게 조금 미안했다.

기택이가 갑자기 우리 방으로 오면서 큰소리로 덕봉이를 씹어댄다. 덕봉이에게 XX당했다는 것이다. 궁금해서 확인하러 갔더니 기택이 말대로 전라상태로 손안에 화장지를 들고서 자고 있다. 기택이가 길길이 날뛰자, 덕봉이가 일어나면서 천연스럽게 얘기한다. ‘이것은 자연히 흘러나오는 “애액”이야. 니들은 안 나오냐, 안나오면 그것이 이상한디?’ 이후로 꽃봉이가 ‘애액’으로 별명이 바뀌었다.

병무와 덕봉이는 사바의 티끌이 너무 많아서 씻는데 한참이 걸렸다.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놈들은 씻는 것도 다르나보다. 라이언 일병(동철)을 깨워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서 낙지 연포탕으로 해장을 했다. 도형이는 덕봉이 놀리느라 신이 났다. ‘애액’... 덩달아서 서울 놈들 모두 박장대소로 맞짱구 친다. 사실 덕봉이의 말이 맞기는 하지만, ‘귀두봉침’이라는 전력과 아랫도리 분야에서 전문가보다 더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어서 평범한 말이라도 덕봉이가 하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더 이상 놀리지 말라는 협박 및 부탁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반전용으로 ‘애액’은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

고속도로 막힐 일을 생각해서 일찍 출발했다. 동철이는 대전으로 가고, 덕봉이 차와 내 차는 서울로 향했다. 오늘은 덕봉이에게 머피의 날인가 보다. 아침에 해장국 집 가는 길부터 헤매더니, 고속도로에서도 길을 잘못 들어 다시 돌아 나오느라고 또 놀림감이 된다. 이구동성으로 덕봉이와 함께 가면 고생한다고 했다. 점심을 간단히 때우느라 휴게소에서 쉬는 동안에도 줄기차게 ‘애액’은 지속되었다. 그래도 허허실실 웃기만 한다.

늦가을 햇살 탓일까, 모금을 위한 기타 연주 노래 때문일까, 모처럼 만에 만추의 여유를 느끼면서 휴게소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복잡한 휴게소 한복판에서 세상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나만의 감정일까? 귀경 길의 정체를 생각하면서 아쉽지만 더 이상의 유림을 떨칠 수밖에 없었다.

예정대로 논산 부근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도형이는 몽골에서 내한한 단체 관람객들과의 만남이 3시에 예정되어 있다. 이 상태라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좌중을 휘어잡는 말솜씨로 어제 1차 모임에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분위기를 이끌어왔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인생 편력을 글로 쓴다면 틀림없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에피소드가 많지만 비하인드로 남기를 원해서 밝히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한 예로, 고3 앨범 비용으로 어머니께 3번을 타다 써서 4번째에는 어머니가 직접 돈을 가지고 와서 앨범을 받아가셨다고 한다.

1박 2일의 객고를 풀기 위해서 병무 가게에서 만나기로 했다. 덕봉이가 도형이를 위해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까지 바래다주고 오느라 조금 늦었다. 병무가 어제 광주로 출발하기 전까지 해결해야 할 일을 처리하지 못해서 제수씨가 화가 많이 나 있다. 예전에 만났던 인상으로 차분하고 이성적인 제수씨가 화를 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최근에 병무가 오해받을 일들이 쌓여서 제수씨가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같다. 덕봉이의 유연함과 기택이의 차분함으로 일이 잘 해결된 것 같다. 지금도 사랑싸움하고 있는 병무가 부럽기만 하다. 어쨌거나 반창회에 참석하느라고 생긴 일이어서 병무와 제수씨에게 많이 미안했다.

병무가 소개한 진짜 한우 고기 집에서 등심으로 마지막 객고를 풀었다. 방향이 같아 기택이와 함께 귀가하면서 외고와 관련된 정부의 학원정책에 대해서 얘기했다. 기택이도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도 애들에게 들어가는 학원비가 너무 많아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서울 반창회 일을 해오면서 재정에 대해서는 기택이가 가장 많이 도와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기택이를 내려주고 집에 가면서 서울 잡놈들, 덕봉이, 도형이, 병무, 기택이 하나하나가 어느덧 나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서 다가왔다. 이놈들과 함께 수다 떨면서 보낸 1박 2일이  평생 동안 내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 사고뭉치 순’ 인 것 같다.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반창들, 만성이, 완수, 양이, 철오, 수완이, 회곤이, 동우, 일성이, 회비만 보낸 인범이, 형록이, 모두 다음에는 꼭 참석하도록 하자. 1월에는 신년회 및 보고회를 가질 예정이니 주위에 알고 있는 반창들 함께 참석할 수 있도록 연락해주기 바란다.

<서울 반창회 결산>

수입 : 2,180,000원

       김기택 : 500,000원 / 김병무 : 300,000원 / 김영주 : 300,000원 /

       오덕봉 : 100,000원 / 김도형 : 100,000원 / 임동철 : 300,000원 /

       김대철 : 500,000원 / 정인범 :  30,000원 / 박형록 :  50,000원

지출 : 2,080,000원

       총반창회 지원 : 1,400,000원 / 교통비(차 2대) : 250,000원 /

       식비(아침.점심.저녁) 및 간식 : 230,000원 /

       임동철(라이언 일병 구하기) : 200,000원

잔고 : 1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