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한 장이 날라왔다.
' 어느 과학자가 말하길 운석으로 인해 정확히 100일 후에 아시아 지역이 초토화 될 것이며 그후로 3 일 안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라는 짦은 문구였다. 답변과 함께 반송되는 엽서가 동봉되어있다.
 
답장을 보냈다.
 
'  티비와 신문 1면 톱 기사로 뜬다면 심각하겠군요. 아주 짧은 시간에  1. 부정 2. 분노 3. 타협 4. 우울 5. 수용이라는 5 단계를 거치겠죠. 그리고 과거의 반성에 아마도 겨우 1 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남은 100 일이라는 시간에 올 인 하겠죠. 비로소 종말을 보는 객관적 시각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종말에 관한 객관적 시각이란 무엇일까요? 쾌락주의자들과 탐미주의자들과 염세주의자들과 구원적 종말론자들이 각각 제 의견을 내세우며 설파할 것이 분명합니다. 모두가 맞는 말이지요. 어떤 식으로든 종말이 온다면 말이죠.
 
종말 앞에서 당장 무엇을 하겠다 라고 떠오르는 게 없군요. 과거 시한부 인생을 받아든 환자들은 어땠을까요? 그들이 인생을 보는 새로운 눈을 떴던가요? 그들이 그 후로 특별한 사람들이 되었던가요?  대부분은 그 전과 똑같은 인생으로 앓다가 죽었던 것 같습니다.  종말 앞에서 특별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어쩌면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운이 좋아 견뎌온 삶이 꽤 아름다웠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별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나의 불행을 위로하는 것은 결국 남의 불행이라 하죠. 모두가 죽는다는데 혼자만의 공포와 불행에 경악해할 이유가 없겠죠. 타인들 보다 좀 더 덜 공포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으로 100 일을 보낼 밖에요. 그게 내가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답장을 써 보내고 나서 한 사람의 답장을 훔쳐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삶은 갑자기 놀랍게 보일 것이다. 미래에 할 거라 미루었던 것들은 우리의 게으름 때문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재난이 일어난다면 해보려 하겠지만 재난이 연기 되었다면  또다시 우리는 그것들을 미래에 미루고 말 것입니다. 무관심이 소망을 죽이는 세월이지요. 그러나 삶을 위해 재앙을 맞아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것, 오늘 저녁에 죽어가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일부 편집)....라고 멋진 답변을 한 이가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한 줄을 추가해야겠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하루를 보내주기를 간청할 것이며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하루를 보내기를 약속할 것이다. 물론 하루동안 사랑하고 섹스를 할 것이다.  98 일은 뭐할까 고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