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길에 드디어 서다(3편)!!
(황학산, 백화산, 이만봉 구간)
 
 백두대간에 대한 공부1(유래)!
 
 우리의 전통 지리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백두대간은 이 땅을 동과 서로 크게 갈라 놓은 산줄기의 이름이다.
 
 조선시대에 산줄기는 각각 1개의 대간(大幹)과 정간(正幹),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인식되었다.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갈라진 산줄기는 모든 강의 유역을 경계 지었다. 동해안, 서해안으로 흘러 드는 강을 양분하는 큰 산줄기를 대간, 정간이라 하고, 그로부터 갈라져 각각의 강을 경계 짓는 분수산맥(分水山脈)을 정맥이라 하였다. 이는 "산자분수령"이라는 원리를 따른 것이다.
  * 山自分水嶺 :산이 곧 분수령이다. 따라서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은 조선 초부터 지도상에 반영되어 왔으며, 18세기 지리학자인 여암 신경준의 영향을 받은 이가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경표』에서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 이후 19세기에 고산자 김정호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대동여지도>는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지도라 할 수 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동쪽 해안선을 끼고 남쪽으로 흐르다가 태백산 부근에 이르러 서쪽으로 기울어 남쪽 내륙의 지리산까지 이르는 거대한 산줄기로, 이 땅을 대륙과 이어 주는 뿌리이자 줄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총 길이는 1,625여km이며, 백두산과 지리산의 사이에 북쪽의 2,000m급 고봉들과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속리산, 덕유산을 품고 있다. 일반적인 지리 지식에 따르면 마천령 산맥 일부-함경산맥 일부-낭림산맥 일부-태백산맥 일부-소백산맥 일부를 잇는 선에 해당하며 이 가운데 남한 구간은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 약 690km에 이른다.
 
 대간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 산줄기들은 지역을 구분짓는 경계선이 되어 각지의 언어, 습관, 풍속 등과 부족국가의 영역을 이루었고, 삼국의 국경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행정경계가 되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자연스러운 각 지방의 분계선이 되었다. 따라서 백두대간은 이 땅의 지세(地勢)를 파악하고 지리를 밝히는 근본이 된다.
  
 현재 백두대간의 남한 구간은 1990년대 초부터 일기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 열기로 대부분이 답사가 되어 많은 자료들이 쌓여 가고 있다. 학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간에는 1,326종 식물과 희귀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어서 꼭 보존해야 할 생태계의 보고라 한다.
 이렇게 쌓인 자료와 조사를 바탕으로 한 여러 환경 단체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정부에서도 생태의 보존과 보호에 우선적인 배려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한 상황이다.
 
 백두대간의 출발점이 백두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분단의 장벽으로 인해 북한 쪽의 구간을 답사할 수 없는 안타까움은 너무도 크다.
『산경표』의 지은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여암 신경준이 지은 것으로 추정하는 설과 1800년대 초기에 어떤 이가 여암 신경준이 지은 책을 참고로 하여 편찬한 것으로 추정하는 설이 있다. 최근 『한글 산경표』를 펴낸 이에 따르면 "『산경표』는 1770년에 간행된 『동국문헌비고』중 신경준이 집필한 「여지고」의 <산천>을 보고 누군가 편찬한 것이며 그 시기는 1800년 이후로 추정된다."고 한다.
 
1. 산행구간

  이화령 - 조봉 - 황학산 - 백화산 - 평전치 - 이만봉 - 배너미평전 - 은티마을(17.45Km)
  : 2010년 4월 3일(토), 당일산행, 총 산행시간 5시간 04분 소요

  
 
2. U자형 우회로.....

 글 첫머리에 백두대간에 대한 공부 란을 마련한 것은 사실 이번 코스가 지난 1,2회에 비해 너무 쉬워 잠시 잔머리를 굴려 한 페이지를 채운 것이니 이쁘게 봐 주시길......  
 
 이번 코스는 이화령에서 출발하여 배너미평전까지 완전 U자형(말발굽형)이다. 가로질러 가면 1시간도 안되는 거리를 능선을 따라 길게 우회하여 되돌아 오는 형상이다. 그래.....멀고 먼 인생길. 꼭 직선으로 뻥 뚫린 탄탄대로만 달려 왔던가??? 50인생 돌아보니 그렇다!.....앞서간다 생각했는데 실은 뒷걸음이었고, 비겁하게 우회로로 도망치기도 했고, 지름길을 찾아 편법/반칙 가로지르기도 심심찮게 했다. 지금은 욕심 부리지 말고 사부작~ 사부작~ 한 걸음씩 쉬지 않고 가려 하지만.......
 
3. 추월, 또 추월!

 
<대철이가 산보다는 여인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아 고른 이화령 백두대간비에서의  사진 중 1컷 - 대철아~~임자 있다!!!>

 산불 감시 기간이 5월 15일 까지다. 입산 금지 감시인을 피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안산을 출발하였다. 이화령에 당도하니 새벽 6시 30분. 산행에는 정말 좋은 날씨다. 약간 쌀쌀한 바람결에 묻어오는 산 내음이 머릿속을  맑게 해 준다. 희끄무레하게 밝아오는 여명과 이화령 백두대간 표지판을 벗삼아 사진 한 두컷 찍는 시늉하고는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지난 14~15구간이 눈과 악천후로 너무 힘들었던 탓인지,,,, 한풀이 하듯 모두들 작정을 하고 속보로 올라간다.

  
<백화산에서의 나>

 나 역시 이런 평이한 능선 길은 수리산에서 무수히 많이 경험 하였기에 행열 중간에 따라 붙었다. 희부연 구름 속에 일출의 장관을 곁눈질로 감상하며 부지런히 걸었다. 경험으로 모두들 아는 사실이지만 등산은 초반 30분이 가장 힘들다. 오르막을 몇 개 오르내리는 중에 자연스럽게 행열 들이 3~4명 단위로 쪼개진다. 나도 이제 한 두 명씩 자연스럽게 추월하면서 계속 오르고 또 올랐다.
  
<황학산-백화산의 암릉지대에서의 나>

 한참을 가는데.......뒤에서 갑자기 엄청난 파워를 보이며 강모대장(닉넴 "슈퍼래빗")이 따라붙는다. 같은 회사 동료인 이 사람의 이력은 닉넴 만큼이나 막강하다. 백두대간 뿐만 아니라, 마라톤 풀코스, 울트라마라톤(100Km)까지 즐기는 말 그대로 "강안(?) 남자"이다. 회사 산악회 매월 산행 시에는 서로 부부끼리도 동반하여 산행을 즐기는 사이다.

  
<슈퍼래빗의 위용>

 *****  이 부부의 결혼 인연은 이랬다. 등산하다 부상당해 난관에 봉착한 여인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모른 채 하기가 그래서 도와 주었는데........나그네에게 첫 눈에 반한 여인이 자신의 기맥을 완전히 놓아버려 나그네는 할 수 없이 산 아래까지 여인을 걸머메다시피 내려왔고......산 아래에 내려와서는 여인이 갑자기 헐크로 변해 나그네를 덮쳤고........이미 기력이 거덜난 나그네는 저항할 힘이 없어 그대로 당하고 말았대나~~~ 어쨌다나??? 경위야 어떻든 둘이는 애들 낳고 잘 먹고 잘 산다!!!   *****
 
4. 동그란 김밥 반 줄에 오렌지 한 알!

 슈퍼래빗과 짝을 이뤄 걷고 또 걸었다. 날씨가 등산하기 좋은 최상의 조건인데다가 U자형 코스라 알바의 위험이 전혀 없어 진행속도가 아주 빠르다. 힘도 별로 들지 않고 벌써 이만봉!! 3/4쯤 왔나보다. 시간은 이제 10시가 조금 안되었다. 하산해서 밥맛이 있으려면 이쯤에서 아주 조금 요기는 해야지. 슈퍼래빗이 편의점표 김밥을 꺼낸다. 둘 다 반 줄씩만 먹었다. 오렌지는 식수 보충을 위해 한 알씩 먹고........오늘도 내가 준비한 먹거리는 아예 꺼내지도 않고 식사를 해결했다.

 
<이만봉에서 식사전의 나>

 참! 등산 길에 식사는 아주 중요한데 다음 몇 가지 원칙을 생각하면 큰 곤경은 없을 것이다. 첫째 가벼이 자주 먹어라. 둘째 허기/탈진이 오기 전에 미리 보충하라. 셋째 오르막 이전에는 가급적 먹지 말라. 넷째 먹고 나서 손쉬운 코스로 10분 정도 소화하며 걸을 수 있으면 더욱 좋다는 말씀!!!! 
 
5. 용바위를 찾아라!

 슈퍼래빗이 뜬금없이 말을 꺼낸다. 이 구간의 산행기를 읽다 보면 이만봉 지나서 대간 길에 용바위가 있는데(지도에도 나와 있다) 자칫 모르고 지나치기가 쉽단다. 둘이서 틈틈이 비슷한 돌들을 보면 "저게 용바위인가?" 하고 묻고 대답하기를 열 댓번.........결국 마지막까지도 서로 합의에 이름직한 그럴 듯한 바위(돌)를 발견하지 못했다. 문득 아주 예전에 읽었던 파랑새 얘기가 생각난다. "그래 말티노! 용바위나 파랑새나 그게 그거 아니겠냐? 용부터가 상상의 동물이라는데.......치와뿌라!"

  
<일행중 한분의 시원한 포즈 - 대철아~~ 임자있다!!>

 하기사 인간은 모든 사물에 이름붙이기를 좋아한다. 끝없이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다. 아니 이름이 없거나 무언가 규정짓지 않으면 불안한가 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볼 수 있는 눈!!! 모르겠다.
  
<하산길에 나무에 기대어 봤다>

 하산을 위한 내리막 길, 한 가을처럼 낙엽길이 끝없이 펼쳐진다. 사그락~~사그락~~낙엽을 밟는 소리가 정신을 맑게 하고 좋은 호르몬 분비를 어떻고 하다가......이 친구가 갑자기 "짐승 덫"을 조심하란다. 발목을 크게 다칠 수 있단다.
 갑자기 발끝 앞쪽에 스틱 질을 부지런히 하면서 쓴 웃음을 짓는다.......갈 길이 갑자기 멀어 보인다. 제길! 말이나 말지......
 
6. 5시간 4분! 그런데 3시간은....ㅠㅠ

 지난 15구간과 이번 16구간은 산행 끝점이 같은 은티마을이다. 은티마을을 중간에 두고 북진과 남진을 했기 때문이다. 낯익은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34분! 총 산행시간 5시간 4분이다. 상당히 빠른 기록이다. 그런데 벌써 5~6명이서 김치찌개에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슈퍼래빗이 동료인 산의아들에게 몇시에 도착했느냐니까.......9시 30분에 도착했단다. 그렇다면 총 3시간에 주파!!!!! 1시간에 6Km씩 걸은 셈이넹!!! 이건 사람도 아니다. 괴물!!!!!

 
<위에 괴물로 표현한  "산의 아들"이다. 백두대간, 산악마라톤을 한다. 얼마 전까지 회사 동료였으나 이제는 개인택시 사장임>

 괜히 나 땜에 슈퍼래빗이 제 속도 산행을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그래도 총 36명중 우리가 7번째로 들어 왔네요....감솨~~감솨~~ (최종 후미 주자는 아마 7시간 쯤인 걸로 기억)

  
<대철이를 위해 이번에는 세트로.......그래봤자 모두 임자 있다!>

 지난 번 알탕 했던 계곡 차디찬 물에 몸을 씻고......옷을 갈아 입고......먼저 온 산우 들과 막걸리 한사발......뒤이어 3~4명씩 일행이 당도할 때마다 수고했어요! 대단해요! 해맑은 미소를 서로 나누며 산중한담을 쏟아내니......하늘과 산과 바람과 물 그리고 사람이......
.........모두 하나이더라!!!!!
 
7.부활절 성야!

 맞아! 오늘은 부활절 성야이지! 귀가 후 나른한 잠에 취해 있는데...... 마눌님(루치아)이 부활전야제 예식을 마치고 가져온 형형색색 이쁜 부활 달걀을 드시란다. 큰 벼슬 하고 왔다고.........두 개를 아주 맛나게 먹었다.
 
 그런데 부활 달걀은 왜 삶은 계란일까?? 부활하려면 알에서 깨어나 부화하여야 하는데?? 뭔가 말이 안되지 않아?? ......괜히 마눌님에게 실없이 이의를 제기했다가 된통 혼나고...........(사실 오늘 저녁 부활 성야 미사 때 내가 해설을 해야 하는데 그 놈의 백두대간 일정 땜에 내일 부활절 본 미사 해설로 바꾼 전과가 있었다!).............(옆자리에도 재워 주지 않아)혼자서 시무룩히 잠을 청한다.

  
 
................꿈을 꾼다! 산을 뛰어 넘고! 들판을 달리고! 악당들을 사정없이 물리친다. 장풍도 쏘아대고.....무협지에 나오는 영웅 호걸이 되어........경공법도 구사하고.......괴물에게 납치된 공주도 구해온다.......산이 바다가 되고 대지가 흔들린다! 대붕이 되어 천외천 또 다른 하늘을 날고......신선이 되어간다!! 기나긴 백두대간의 꿈이 영글어 간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