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부 : 꿈은 이루어진다.

김현 선생님을 뵙고 싶어서 작년 여름에 동창회를 찾게 되었고, 2009년 11월 21일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졌다.

금년 5월 30주년 행사 때 중요한 일들이 갑자기 겹치게 되어 그동안 학수고대했던 선생님과의 만남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금년 가을 재경 총동창회 운동회에서 목포 친구들의 제안으로 선생님을 모시고 반창회 하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꿈은 역시 이루어진다는 천리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을 뵙고 싶은 생각은 나만의 죄송스러움 때문이다. 졸업고사가 끝나자마자 아버님의 공부에 대한 가치관 때문에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서울로 떠나기 전날 교실에서 나를 보내면서 아쉬워하는 선생님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결국 졸업식에 참석도 못하고 지금까지 부제자로 살아오면서 선생님과의 만남의 꿈을 갖게 되었다.

11월 20일, 디데이 하루 전날, 홈피 앨범에서 참석하기로 예정된 친구들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면서 어떻게 바뀌었을지 상상해봤다. 기존에 알고 있는 동창 및 반창들의 변화된  모습으로 미루어볼 때,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배가 나온 것 이외에는 옛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완수와 박양이 함께 내려가기로 했는데 둘 다 사정이 있어서 혼자 내려가게 되었다. 지리한 꼬리잡기로 길에서 시간을 보내고 예정보다 2시간 늦게 도착했다. 서울에서 1진으로 출발한 덕봉이, 기택이, 병무, 도형이도 꼬리 잡느라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다. 식사는 파장 무렵이고 떠들썩한 얘기로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상태였다.

30년 만에 뵙는 자리라 큰절을 해야 할 텐데 분위기상 90도 절만 했다. 친구들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큰절을 올리라고 한다. 다행이다 싶어 곧바로 다시 큰 절을 올렸다. 봄에 사진으로만 뵈었던 사안에서 알 수 있었지만 실제로도 세월이 곱게 자리 잡고 있었다. 사모님은 그날 처음 뵈었지만, 멋쟁이 선생님께 어울리는 'Memory'를 연상케 했다.

뜻밖에도 진대인 용출이가 와있다. 광주 동창회장 자격으로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서 참석한 것이다. 홈피에서만 보았는데 오랜 친구처럼 스스럼이 없었다. 2차 노래방에서 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화장실이 아니라 귀가길인 줄 나중에 알았다. 아쉽지만 다음에 또 볼 수 있겠지.

전대열, 작년에 오늘의 이 모임을 생각하고 서로 얘기한 최초의 친구이다. 30년 세월이 어디로 갔는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선생님 부부의 건강을 위해서 건강 약제를 따로 준비할 정도로 마음 씀씀이가 정에 넘친다.

인간들의 모임에 두꺼비 한 마리가 끼어 있다. 얼굴 모습은 30년 전과 똑같은데, 얼굴과 배에 살이 너무 많이 쪘다. 부모님은 전혀 비만이 아닌데 형제 모두 비만이 심하다고 한다. 상국아 친구들 오래 보고 싶으면 비만관리 철저히 해라.

모임 장소에 도착해서 보니 상일이가 마중 나와 있다. 모임 장소가 상일이네 가게라고 한다. 군더더기 없이 옛 모습 그대로이다. 제수씨를 보니 결혼 운 하나는 확실하게 타고 난 것 같다. 네가 산 3차 소주 마시면서 기억이 사라지고 완전 뻗었으니 술이 아니라 수면제였나 보다.

전혀 모르는 친구 한 명이 있었다. 정태원이다. 참가 예정이 없어서 예습을 미리 하지 못한 때문이다. 기억이 없어서 내 태도가 애매했던 점 이해해주기 바란다. 뒤늦게 앨범을 보니 30년의 세월이 쉽게 건너 띌 정도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결혼을 안한 탓일까, 학창시절의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 지금도 여전하다. 공부하느라고 결혼 시기를 놓쳤다고 한다. 동철아,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맘에 들었나 모르겠다. 젊은 애들에게서 스트레스 받을 때면 서울로 와라, 병무가 항상 대기하고 있을 거야.

‘닥터 지바고’를 떠올릴 정도로 준수한 모습으로 변한 ‘덴티스트 지바고’, 영주는 초등학교 3,4학년 때 같은 반 반장으로, 부반장이었던 여자애와의 부러움 섞인 염문설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수시로 전화를 받고, 밤중에 서울로 올라갈 정도로 제수씨께 꼼짝 못하고 있던데, ‘라라’를 못 잊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문동환이 선생님께서 가신 후에야 2차 장소로 왔다. 회사 일로 이렇게 늦었다고 한다. 우리 나이가 되어도 이렇게 바빠야 한다는 것이 나 자신부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있고 없음이 생각 하나 차이인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니...

반창회 회장 및 총무가 된 기운이와 경이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보낸다. 회장 및 총무는 어떤 때는 물주가 되었다가, 또 어떤 때는 머슴이 되기도 하는 자리지. 우리 반 물주와 머슴의 커다란 역할을 기대한다.

나의 꿈은 이루어졌다. 김현 선생님을 뵙기 위해서 서울 반창회를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드디어 김현 선생님을 모시고 전국 반창회를 조직하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매우 뿌듯한 일이다. 이제 새로운 꿈 하나가 또 생겼다. 7반 반창 61명 모두가 함께 모이는 일이다. 반창들아, 불가능하더라도 그 날을 위해서 또 한번 신나게 일해보자.

제 2 부 : 서울 잡놈들의 수다 -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