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산우회의 4친구 공룡을 타고 날다

몇몇의 친구들이 인덕원에 모여 민어축제를 가지던 자리에서, 
민영이가 공룡능선 등반을 제안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진으로 본 공룡능선은 직벽과 암으로 된 날봉들이고, 
공룡구간 그 자체만의 거리도 만만치 않지만 능선에 접근하는 구간, 내려오는 
구간의 등반거리도 상당하여 등반시간이 도합 10여시간 이상으로 들어온지라 

직벽구간 고소공포와 장시간의 등반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과 갈등도 심하였지만,   

병호가 내가 가면 동참하겠다고 하여, 
공룡능선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시도해서 극복하고 말겠다는 의욕도 있고 하여, 
병호 친구를 핑계삼아 흔쾌히 그러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신재가 대피소 예약을 마쳐서 민영이, 신재, 병호 그리고 나 4명이 
드디어 2010. 9. 4.부터 5일까지 1박 2일에 이르는 
내 평생에 잊을 수 없는 공룡등반 대장정에 나섰다. 

2010. 9. 4. 오전 10시 민영이, 신재, 병호와 함께 기꺼운 마음으로 
동서울터미날에서 한계령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약간의 지체를 보이기도 하였지만 새롭게 뚤린 춘천고속도로를 상쾌하게 달렸다. 
거대한 석상의 형태로 줄을 서있는 암봉들 사이사이의 산길을 굽이 굽이돌아 
오후 1시경 설악의 남쪽 자락에 위치한 한계령 휴게소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1. 한계령 휴게소에서 중청휴게소까지의 첫날 등반
한계령 휴게소에서 눈앞에 펼쳐진 새끼 공룡같은 암봉을 눈요기하면서 
산채비빔밥으로 식사를 마치고, 수통에 물을 보충한 후, 
오후 2시경 휴게소 뒤에 설치된 계단을 따라 한계령 휴게소에서 
숙박지가 있는 중청대피소까지의 첫날 산행을 시작하였다.
출발지점의 계단부터 서북능선에 이르는 삼거리까지의 약2.3킬로미터의 구간은 
능선에 닫기 위한 그야말로 깔딱자체였다. 식사 직후로 몸이 무거운 상태에서, 
배낭무게로 양어깨에 심한 압박감을 느끼는데다 햇볓도 강해서 
호흡은 가빠지고 땀은 비오듯하고. . .과연 이번 등반을 해낼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초반부터 생겼다. 민영이 신재의 배낭은 아마 병호나 내 배낭보다 2배 이상의 무게일 것인데 
그래도 잘 버티고 올라오고 있었다. 

중간중간에 신재 배낭의 막걸리 1, 2잔씩으로 경직된 몸을 풀면서 
1시간 30여분 강행군으로 서북능선에 올랐다. 

남설악쪽에서 중청봉에 이르는 등산로는 오색에서 2내지 3시간에 대청봉을 지나 중청봉에 이르는 길
(작년에 28산악회에서 오색에서 천불동을 지나 비선대에 이르는 등반에서 지나간 등반로였다), 
한계령에서 5내지 7시간에 서북능선을 타고 끝청봉을 지나 중청에 이르는 길이 있는데, 서북능선길이 
비록 등반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경관은 좋다고 들었다.

서북능선 삼거리에서 끝청봉에 이르는 과정의 4.2킬로미터의 길은 
높은 지형쪽에서 휩쓸려 내려온 크고 작은 바위들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고 
길을 이루는 바위 사면이 칼처럼 불규칙적으로 서있는 형태로 말하자면 바위너덜길로 
한걸음 한걸음 신경써서 걸어야 하는 길이었다. 

이런 바위너덜길을 몇시간동안 걸으면서 발목, 정강이, 허벅지에 경직증상을 느꼈다. 
내일 공룡등반을 위해서 근육상태에 최대한 조심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멋진 전망, 황홀감에도 항상 치러야하는 댓가가 있나보나.

능선에서 내려다 보는 이름을 알수 없는 양쪽 계곡의 침식된 화강암 사면과 
줄서있는 암봉들의 웅대함과 아름다움. .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 지도상 작백운, 쌍폭골의 골자기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골짜기 사면 전부가 티끌하나 없는 하얗고 붉은 화강암 사면으로, 

천폭만폭의 사면 그 자체가 명상에 빠진 부처와 수천 보살과 전등조사들 처럼 
오후에서 저녁에 이르는 석양을 아무도 없는 골짜기에 그 누구를 의식하지 않고 
깊고 고요한 미소로 조요하게 반사하고 있었다. 

천불만불이 삼매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 순수함, 고요함, 웅장함. .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 . .

강한 햇볓의 길을 걸어 더위에 지쳐 끝청봉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강한 바람과 함께 들이닥친 차가운 해무는 늦여름 속에서 겨울을 느끼게 하였으나, 
온몸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인생살이의 고달픔을 바닷길에 비교하고 
그 바닷길 고통을 구원하는 길에 은유하여 해인삼매라고 한다면, 

이렇게 차갑게 불어 온 운무는 4명 친구들에게 중청봉에 이르는 길에 
우정삼매를 가르치는 것일까!

끝청에서 약1.8킬로 정도의 길을 1시간여 더 걸었나 . . . 

중청에 이르는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내설악쪽의 계곡에 줄이어 서있는, 
아마 지도상으로는 청봉골인 것 같은데, 
암봉과 그 사면들도 석양에 붉게 물들어 화염이라고 할까! 활짝핀 꽃무덤이라고 할까! 
힘든 여정을 통해서 중청봉에 도착하는 우리 4명을 아름답게 맞아주었다. 

친구들의 우정도 그렇게 물든 것 같았다.

중청대피소에서 민영이가 준비해온 홍어회, 홍어탕, 
신재가 가져온 오리고기, 갓김치, 
병호가 가져온 라면, 내가 준비한 파지로 저녁을 하면서 약간의 술도 걸쳤다. 
밤하늘에 흩뿌려져 있는 별들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려올 양 서로를 자랑하면서 빛나고 있었다.

잠자리는 2동 501, 502, 503, 504로 배치 받았는데 꼭대기층으로 천장에 맞닿은 곳이었다. 

병호가 501번, 내가 502번, 신재가 503번, 민영이가 505번(사람이 없어서 그냥 505번을 차지하고 
취침)에 몸을 뉘였다.

중청대피소의 2동 502실, 감히 설악산 공룡능선등반을 꿈도 꾸지 못했을 내가, 밤새 한품자지 
못하고 약간의 열감에 시달리면서 바람소리를 듣고 공룡을 타고 나는 것을 상상하였던 공간. . .
약간의 몸살과 땀의 끈적거림으로 잠들지 못하고 있는데, 대피소 지붕위에서는 이는 바람으로 
별들이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 듯 했다.

장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북쪽 깊은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살았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 하였습니다. 

그 크기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이름을 붕이라 하였습니다. 

그 등 길이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한번 기운을 모아 힘차게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았습니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여 물결이 흉흉해지만, 남쪽 깊은 바다로 가는데, 
그 바다를 예로부터 “하늘 못”이라 하였습니다.

“붕이 깊는 바다로 갈 때, 파도가 일어 삼천리 밖까지 퍼진다.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그것을 타고 여섯 달 동안 구만리 장천을 날고 내려와 쉰다” 
. . .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현암사판 “장자” 오강남 풀이 참조)  

바다와 숲에서 불어온 바람은 익룡을 하늘로 날아오르게 하고, 
또 한자락은 중청휴게소 지붕 끝에서 사냥개로 변해서 변해서 밤새 짖어댄다. 
호오 켕, 켕. . .컹 . . 컹 
하늘의 별, 오리온의 사냥개 시리우스가 계절을 뛰어넘어 대피소 지붕에 서서 
우리가 탈 익룡의 도착을 알린다.

2. 둘째날 등반

가. 공룡을 타다.

설악산 등반과정에 필수라는 대청봉등반을 위해 새볔 4시경 30분경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운무자욱한 는개 내리는 길을 따라 헤드렌턴을 켜고 약20분간 걸어서 대청봉에 이르러 봉 
표식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내려왔다.

중청에서 신재가 가져온 누룽지와 병호가 가져온 라면, 대피소에서 구입한 햇반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6시30분경에 소청봉쪽으로 향했다. 

소청에서 희운각까지의 약2.5킬로미터는의 길은 심한 너덜길이었다. 

희운각대피소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 내려다보이는 계곡(지도상으로는 가야동계곡인 것 
같은데)의 화려함은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내리막을 타는 도중 눈앞에 나타난 장엄한 경관 
공룡의 고리부분에 해당하는 신선대, 
몸통에 해당하는 중간지점의 1275봉,
큰세봉, 나한봉, 무명봉 

그리고 이후에 우리가 등반할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마등령까지 그 전체가 한눈에 조망되었다. 

중청대피소의 지붕 모서리에서 밤새 시리우스가 짖어대면서 그 도착을 통보하였던 
익룡이 구만리 장천을 날아와 저기 저렇게 거대한 몸을 뉘워 쉬고있었다.

약1시간 30여분의 너덜길을 걸어서 고통이 하소연될 즈음 희운각대피소에 당도하였다. 

희운각에서 공룡꼬리까지는 약2.5킬로미터, 공룡자체는 5.1킬로미터 상당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천불동계곡과 공룡능성으로 갈라지는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하여 공룡능선으로 들어서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고 

마음을 가담듬고 기꺼이 공룡을 타러 들어섰다.

공룡의 꼬리에 해당하는 신선대입구에서 암벽에 고정된 등반로프에 의지하여 공룡에 올랐다. 

이제 어쩔 수 없는 길을 떠났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신선대 정상까지 약30여분동안 심한 깔딱을 올라서니 멀리 맞은편에 용아장성능이 보인다. 

대단한 화강암 사면들이다.

 다시 내리막을 탄 이후에 깔딱을 타고 올라 범봉에 도착하였고 
역시 내리막과 오르막을 통해서 칠형제봉 봉우리를 올랐다, 

공룡능선은 봉우리를 외돌거나 사이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등반하도록 되어 있었다..

중간지점에 이르러 하늘 높이 치솟아있는 1275봉 그 오르는 깔딱은 
정말로 나의 모든 에너지를 고갈시켰다. 강한 햇살을 받아 일사증세를 느꼈다.

땀은 비오듯하고, 호흡은 심하게 가빠지고, 무기력증에 더 이상 걸을 
에너지는 모두 방전된 듯 했다. 

전날 산행중에 받은 햇볕으로 일사증세가 생겨서 저녘을 충분히 먹지 못하고, 
밤에는 추위로 열감을 느낀상태에서 자지못하고, 아침도 충분히 챙기키 못한 컨디션 조절
실패의 결과가 여지없이 나타났다.

1275봉을 지나고 또다시 큰세봉으로 향하여 오르막을 타던 중에는 열 걸음을 하지 못하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 극도의 고통이 닥쳤다. 

끊임없이 물을 마셨지만 땀도 엄청나게 분비되고, 일사증세도 심하여진 것 같았다. 
과연 앞으로 남은 봉우리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불안감이 엄습했다. 

민영이가 뒤에서 동행을 해준 덕에 힘을 얻었다. 

로프를 타고 고개를 넘어 큰세봉에 도착해서는 땅바닥에 배낭을 던지고 배게 삼아 누웠다. 

더 이상 진행은 어려웠다. 완전히 방전이 된 상태다.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웠지만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니 큰세봉의 봉우리가 눈앞에 서있고, 
공룡의 품안에 안긴 그 편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세상사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은 큰세봉의 둥지에서 그대로 잠자고 싶었다. 
약10여분 쉬고 나서 다시 나한봉을 향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오르막길에서는 또다시 열 
걸음씩이라도 걸어가면서 봉우리를 넘었다. 

그리고 무명봉을 지나,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하여 미리 도착하였던 신재, 병호를 쉼터에서 
만났다.

탈진한 상태여서 민영이가 건네준 백포도주 한잔을 마시고 누워서 쉬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떡 한조각을 조심스럽게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나. 마등령에서 비선대를 통한 하산길

휴식처인 마등령 초입에서 비선대까지의 3.7킬로미터의 대장정이 남아 있었다.

마등령으로 향하는 오르막을 올라간 후 마등령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마등령 정상에서 보는 산세의 아름다움은 어떻게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마등령정상에서 세존봉을 지나 걷다가 전망대에 이르자, 

눈앞에 1275봉이 우뚝 서있고, 우리가 저런 고봉 사잇길을 걸어왔나하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우리가 걸어온 길 전체가 한눈에 조망되었다. 참 대단하고도 대단하다.

마등령정상에서 비선대까지에서 내려오는 길은 거리로는 3.5킬미터이어서 약2시간정도면 
되지 않을까하였으나, 

그 험한 길로 인하여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고, 다시 체력은 고갈되었다. 

장군봉과 금강굴에 이르자 천둥이 치고 비가 오기 시작하였고, 비선대에 이르자 이제 
폭우로 변했다. 

비선대에서 시원한 맥주로 다시 컨디션을 조절하고, 
빗속에 3킬로미터의 길을 걸어 소공원에 이르러 택시로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귀경표를 
예매하고, 주변의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명태매운탕을 시켰는데, 현지라 선도가 좋아서 그런지 담백하고 국물이 시원했다. 

막걸리를 두어잔 걸치면서 산행마무리를 했다.

신재도 별로 힘든기색이 없었는데 마지막 내리막 부분에서 힘들었던 모양이다, 

민영이를 제외하고는 다들 힘들었던 모양이다. 

병호는 공룡과 마등령에서 힘들지만 잘 버티다가 내리막 4백미터 지점에서는 파김치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잘한 것으로 보인다.

민영이, 신재, 병호가 없었다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산행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버스로 귀경해서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되었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 이번 공룡동반에 민영이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음을 표하면서 감사한다.

공룡등반은 민영이의 제안으로, 민영이의 선도로 진행되었고, 
에너지가 방전되었을 때 동행이 되어 끝까지 산행을 탈없이 마치게 하였다. 

특히 내가 큰세봉에 누워 쉴 때 옆에서 인내로 기다려준 민영이의 우정에 정말로 감사한다. 

우리 4명은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그 영혼은 공룡을 타고 구만리 장천을 떠올랐다고 생각한다. 

2010. 9. 6.

차 성 호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