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고등학교28회

디아블로 3
ㆍ작성자: 오성일	ㆍ작성일: 2012/06/22	ㆍ조회: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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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3에 빠진 중2
수업시간에 잔다.

수업시간에 자는 것도 다행이다.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 놓으면
1교시 끝나고 사라진다.
PC방 디아블로의 세계로.

오늘 수업시간에 자는
그아이를 뒤에 있는 학생이 깨웠다.
수차례...
그러자 교복을 집어던지고 욕을 해댄다.
수업시간에.

뭐하는거냐고 선생님이 말리자
또 잔다.
그래서 선생님이 가서 깨웠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들고
인상을 쓰며 내 뱉는말...

'ㅆ ㅣ ㅂ ㅏ ㄹ.'

'수업시간에 자는 것이 어때서?' 한다.

너무 어이가 없다.
주변의 아이들도 어이가 없던지 구경한다.

너 선생님에게 욕했냐?
했더니
한마디 더 한다.

'ㄱ ㅐ ㅅ ㅐ ㄲ ㅣ'

.........

엄마가 왔다.
오자마자 울면서 무릎꿇고 잘못했다고 빈다.
디아블로에 빠진 아이는
말없이 분노하는 표정이 보인다.
엄마가 잘못한거다.

아이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ㅆ ㅣ ㅂ ㅏ ㄹ ㄱ ㅐ ㅅ ㅐ ㄲ ㅣ'

나는 오늘 슬프다.

그 선생님이 나다.

보강 2012-06-22 21:36	시대적 슬픔이다. 지금의 시대^^^ ......

이기열 2012-06-22 23:50	마음이 짠 하네.. 정말 슬픈 일이네..

장성관 2012-06-23 06:55	얼마나 참담했을까? 오선생님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맺히네... 친구의 기도에 빠른 응답이 있기를 함께 비네!

임동후 2012-06-23 07:17	학교 옮겼나 보구나...오늘 금요일 소주라도 한잔 마셔야 할텐데...넌 소주도 안마시니...정말 그래도 아이들이 궨찮은 곳에 근무하는 나로서는 그정도까지는 아닌데..난 우리학교 후배교사들에게 늘 얘기한다..니들은 좋은곳에 근무한지 알라고..힘들다고 하지 말라고..우리가 힘들면 다른학교 샘들은 어쩌겟나고...성일아...너의 그 온화한 성품에 정말 대응하기가 힘들었겠구나...성일아..털건 털자꾸나...선도위원회에 넘겨서 벌을 주는 방법을 쓰자..그 얘기 징계를 한다고 해서 변하겠니? 그렇다고 가만히 잇을순 없는것...우리는 또 우리일을 해야지..받아들이고 않받아들이고는 그놈의 몫..그리고 우리 좀 힘들지만..애써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제스처를 쓰자...우리가 흔들리는 모습은 그들에게 유희가 될 수 있거든...성일아! 내가 맡은 학년에도 어울려 다니는 아이들이 18명 있는데 난 그냥 그들과 전략적 제휴로 아주 친하게 지내버린다..맘에 안들때 많지...하지만 만날때마다 어깨동무하고 밖에서 만나면 아이스크림 사주고 한다...그러면 버릇 없어질주 알았는데...한 3달 해보니까 좀더 친해진 느낌..내 착각일수도 있지..잔뜩 웅크리고 찬스만 노리고 잇을지도 모르지..성일아...난 어쩔수 없다고 본다..그들과 친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가 찾아야지...그 방법이 너무 어려우니 우리 샘들이 모두 힘든거고...궨히 주말 아침 나 이따 학생들 데리고 대회 나가야 하는데 잠시 들린 홈에서 너의 글을 읽고..어떻게든 널 위로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구나..정말 자신있게 학교생활을 해 왔는데 요즘 정말 많이 위축된다...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교사(실력말고)가 되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욕망이 꿈뜰되고...성일아...미안하다...그래도 너에게 해줄말이 없구나...단 한마디 밖에...힘내!

이신택 2012-06-23 08:01	성이리, 동후 다른 모든 교사 친우들 힘내라....정말 마음이 짠하다. 나는 남자애 두명 키우면서...... 둘째놈이 중하교2년때까지 거의 게임에 빠져있었는데....(스타크래프트 전교권이었다드라.) 정말 아빠와 엄마의 진심이 어떻게 기적적으로 전달되어 이후 무사히 제 인생을 찾아간 경험이 있다....주변 남자애를 자식으로 둔 부모 얘기들을 들어보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드라. 부모의 마음으로도 게임에 빠진 남자애들 교화가 쉽지 않은데......하물며 제3자(미안)인 교사로서 얼마나 힘들겠냐??? 꼭 위에 든 예가 아니라도 정말 무수히 힘들고 상처받는 경우가 많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후 말대로 힘내!!! 라고 할 밖에.....ㅠㅠㅠ

갱호

2012-06-23 10:29

난 이런 일은 정규분포 곡선으로 이해한다. 어차피 100 명이면 양끝으로 1 % 에 해당하는 놈들이 하나씩은 있는 법이다. 키도 그렇고 몸무게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개차반 하나 / 바보같이 순진한 놈 하나.. 공부 1 등 하나, 꼴등도 하나잖아.... 쌤한테 절대적인 놈도 있고 쌤한테 안티인 놈도 있는 거지... 그것도 개성이다. 나중에 요즘같은 사회에서 굳세게 쓰러지지 않고 살아견디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난 고딩때 쌤들한테 두둘겨맞고도 씨파 ㄹ 욕도 못해봐서 억울하구마는.....
저런 놈 없으믄 쌤 노릇하기도 지루해서 안되는기라....다른 얘들한테 반면교사로도 저런 놈은 반에 꼭 있어야 하는기라...내 생각은 글타....아무 일도 아이다..성일아...애들이 그러드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그들은 그들로 갈 길이 있는 법....


임동후	경호얘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근데 우리생각과 다른 두가지 측면은 존재한다...학교에.. 그 1% 우리가 책임지지 않으면 아무곳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는...학교가 그 아이들의 마지막 보루라는 그래서 우리가 끝까지 괴롭더라도 지도해야 한다는생각이 강하다..또 하나는 요즘 아이들은 반면교사의 기운보다는 모방의 기운이 강하다는것...그래서 우리는 그 아이들은 어찌하든 바르게 돌려 놓아야 한다는 생각 이 두가지 때문에 이땅의 교사들은 오늘도 고뇌하고 있나보다...그래도 성일이가 툴툴 털어버린것 같아 기분은 좀 좋다..근데 아마 성일이 지금도 찝찝할꺼다...성일이 마음...알 수 잇을것 같다...털자..성일아..까지것...	6/23 15:33

오성일 2012-06-23 11:15	생각코드가 맞는 사람이 있구만. '상황을 즐겨라' 나의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 착한 놈들만 있으면 재미 없지. 맞아. 공부 잘하는 놈들만 있으면 더 재미 없지. 지금 시험기간인데 공부 잘하는 놈들만 있으면 시험문제 내느라 선생님들이 스트레스 받아야 할껄. 아싸....친구들 힘내. ㅋ

김대철 2012-06-23 12:07	의사가 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가 없다. 윤리적으로든 법적으로든. 그러나 의사도 인간이다. 0.1%도 안되는 정말 인간같지 않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있다. 이런 환자는 정말 진료하고 싶지 않다. 다른 환자들에게 해주는 만큼 친절하고 자상하게 진료할 수가 없다. 당연히 사무적으로만 진료할 수 밖에. 그 0.1%를 포기하는 것이다. 다른 대다수 환자들의 원만한 진료와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본인의 수양상태는 따지지 말자. 우리는 극히 일부의 성인군자가 아니라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지금의 성일이가 다른 현장에서는 바로 나이기도 하다. 성일이에게, 또한 나에게... 참고 기다리면 시간이 해결해 줄거야.

진용출 2012-06-23 12:23	회사에도 늘 사람이 문제다...회사가 가고자 하는 분위기를 묘하게 거세하는 놈은 꼭 있다....고객이 급하게 생산을 요청을 하면 현장의 분위기나 상황을 연출하여 그일을 못하게 만들고 암묵적으로 자기 방식대로 일을 해 버린다...그런데 회사는 또한 그놈이 가진 기술적 역량이 있기에 대체 할 수도 없어 질질 끌려 가야하는 답답함이 있다...생각 같아서는 확 짤라 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등등,,,,,, 일을 하다 보면 어디나 사람이 제일 힘들다....교직만 그런것이 아니고 내가 살아가는데 소요되는 재원을 얻으려고 하는 곳이라면 거저 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그것이 세상살이 아니겠니.. 성일이가 있는 교육현장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말하는 직장이라는 곳이 다 그렇다.. 속된 말로 더럽고 아니꼬와도 해야 하는 것이 일이 아니겠니... 그것이 우리가 아직 짊어지고 있는 책무라고 생각한다... 성일아 네 마음이 아프냐...나도 자주 아프다...

보해 2012-06-23 16:54	성이라.... 힘내라....

계풀 2012-06-23 21:30	드림샘! 힘내소..조만간 미쿡친구 오면 차나 마십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