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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봉 전지훈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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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2011/07/26 | ㆍ조회: 24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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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에 한라산 백록담과 윗세오름 산행이 예정되어 있어서 이번에 지리산 천왕봉으로 전지훈련 가기로 했다. 춘천시절 춘천을 지키는 독수리 7형제 중 선배이자 친구인 '용사'와 함께 하기로 했다. 용사는 10년전에 대청봉과 천왕봉을 함께 올랐던 친구로, 장기는 100km 울트라 마라톤. 1년에 서너번은 뛰어야 몸이 풀린다고 한다. 매년 히말라야쪽으로 1주일정도 트레킹 한다. 수영, 등산은 일상이고, 지금은 전주에서 안과 개원중이다. 오늘의 스케줄은 백무동, 장터목산장, 천왕봉, 장터목산장, 세석평전, 한신계곡, 백무동 코스이다. 10년전에 보았던 세석평전의 아름다운 경치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24일 새벽 3시 40분 경에 백무동에서 용사와 조인했다. 얼마전에 비가 와서인지 계곡 초입부터 물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바로 이맛이야" 하이파이브를 했다. 10년전에 둘이서 3박4일간 야영했던 추억담을 떠올리며. 용사가 아침과 점심을 준비하고 내가 과일과 간식거리를 준비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동이 트기 시작한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간식과 과일로 약간 요기했다. 3시간 정도 지나자 우측 무릎이 약간 시큰거린다. 오늘 일정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거의 한달동안 비가 와서 청계산 전지훈련을 전혀 하지 못한 결과로 생각된다. 백무동에서 장터목까지 4시간 거리이지만 나의 무릎 때문에 과일과 간식을 줄이고 자주 쉬느라고 30분 정도 더 걸린것 같다.  장터목에 도착하니 등산객들이 많다. 탁자는 빈곳이 없다. 경치좋은 길가도 대부분 자리잡고 있다. 2주전에 종주했을 때는 등산객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식사가 거의 끝나가는 탁자 옆에서 자리가 비기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의 경치를 감상했다.  용사는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이미 아침 식사를 했어야 하는데, 내 무릎 고장으로 내 짐을 빨리 줄이기 위해서 식사를 미루고 과일과 간식으로 때웠던 것이다. 배고픔의 표정이 역력하다.  형수씨의 정성과 맛이 듬뿍 담긴 도시락과 히말라야 트레킹시 사오는 보드카 3잔으로 훌륭한 산상의 조찬이 되었다. 운동의 보답인가, 평소보다 많은 식사량과 술로도 전혀 배부르지가 않고 취하지 않는다. 인간의 삶이 이러해야 하지 않겠냐는 푸념과 함께 용사의 표정도 풀려 갔다.  용사의 포만감과 약간의 취기(보드카 5잔)와 함께 한껏 기분이 고조되어 한컷 했다. 봄에 울트라 마라톤을 2번 뛴 덕에 살이 이정도나마 빠졌다고 한다. 보통 90kg 나가지만 모두 근육질이라 웬만큼 운동해서는 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세석평전으로 가는 길이다. 아쉽지만 오늘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배낭을 맡기고 천왕봉을 향했다. 무릎상태를 감안하여 왕복 2시간 반정도로 예정했다.  지천에 깔린 관목속에서 죽어 천년의 주목들이 은빛의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다.  불과 반시간 사이에 주변에 운무가 가득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배낭도 두고 왔는데 날씨만큼이나 무릎이 신통치가 않다. 잘하면 헬기를 띄울 수도 있겠다. 용사도 내심 걱정스러운 눈치다. 무릎이 어떤지 자꾸 물어본다.  통천문이다. 이 문을 지나면 하늘이란다. 이전의 하늘과 이후의 하늘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문을 지나면 내 무릎 통증이 깨끗이 사라질까? 지금의 바램은 그것 하나 뿐이다. 천왕봉에 도착하니 건각들이 많기도 하다. 기념사진을 위해서 찍사들이 줄서 있다. 주위를 보니 운무에 가려 풍광을 볼 수가 없다. 바람이 거세 오래 있지도 못할 것 같다. 비교적 한가한 표지석 뒤쪽에서 용사와 한컷 했다.  나의 인증샷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있는 용사가 갑자기 담력을 발휘한다. 찍사들이 줄서있는 방향과 맞은편 아래쪽(절벽 바로 위)으로 가더니 표지석 옆에 서라고 한다. 주변 찍사와 등산객들이 일시적으로 멈춰 인증샷이 완성되었다.  날씨 문제로 곧바로 장터목을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운무가 비로 바뀐다. 운무와 비로 인해 주변의 경치를 충분히 감상하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10년전에 비하면 양호한 것이다. 당시에는 감상할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비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장터목에 도착하니 예정대로 2시간 반정도 걸렸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다. 뜨거운 물에 일회용 커피를 타서 마시는데, 너무 좋아서 일회용 커피를 다시 보게 되었다. 라면이 끌여질 무렵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별수없이 별장 안으로 짐을 옮기고 그곳에서 라면을 먹었다. 대자연 속의 향연이 아니라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천왕신의 뜻이 아닐까. 평소에는 라면 국물은 거의 먹지 않는데, 국물이 얼마나 맛있던지, "국물이 끝내줘요". 내 무릎 상태와 우천을 감안하여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백무동에서 서울가는 고속버스가 6시로 막차이기 때문이다. 보통 때 같으면 3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지금은 4시간 정도로 늘려 잡았다. 12시 반경에 장터목에서 백무동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숲의 효과이던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용사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전공이 안과지만 정신과 공부를 더 많이 하고, 기독교지만 불교 경전을 더 많이 읽는다. 용사와 함께 하면 사회의 모든 분야와 인간들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도마질 하게된다. 이날도 마찬가지, 둘이서 열심히 도마질 하다보니 어느덧 백무동에 도착했다. 3시간 반정도 걸렸다. 도마질 하느라 무릎의 통증도 줄어든 것 같다. 용사가 아는 가게에서 알탕하고 옷을 갈아 입으니 그 상쾌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흙돼지 두루치기와 파전, 막걸리로 그날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깨달은 것 : 너 자신을 알라, 특히 몸에 대해서. 몸을 가꾸지도 않았으면서, 10년이라는 세월을 간과한 것이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은 50대라는 것을 일깨워 준 전지훈련이었다. 몸을 단련하던가, 아니면 과욕을 부리지 말던가. 이도저도 아니면 결과는 낭패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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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출
김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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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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