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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 산행기 7편 - 죽령,도솔봉,저수령(21구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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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2011/03/24 | ㆍ조회: 1791 | |
| ㆍ추천: 0 | ㆍIP: 222.xxx.55 | |
첫째 코스 선택을 잘못한 계산 착오(죽령에서 남진)의 비극! 둘째 울트라 슈퍼마녀(강총무)님의 등장과 대결로 불꽃이 튈 것 같던 선두 강자들의 경쟁이 평화롭게 정립! 즉 강총무님을 선두 대장님들이 비슷한 레벨의 강자로서 흔쾌히 인정하였다는 말씀이다. 셋째 몸 상태가 최악인 상태에서 참가한 철녀님과 마녀님(송총무)의 대 굴욕! 이상 세 가지의 주제로 정리되는 것 같다. 겨울철에는 추위, 얼음, 폭설이라는 구체적인 위험물이 명확하기 때문에 사전 대비를 잘 한다. 그러나 여름철에 대다수 주말 산객들은 주로 "계곡 트래킹+가벼운 등산" 정도를 즐기기 때문에 그 힘들고 어려움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만만하게 생각한다. 대간 길에서 여름 산행, 특히 이번 21구간은 어느 겨울 산행 구간 못잖게 어려우면서 잊지 못 할 산행으로 모두에게 기억될 것 같다. 이 구간에 대한 산행기를 보니 20km가 넘지만 암릉 등 위험 구간이 없어 주로 봄, 가을철에 9~11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9월 초순이라 한여름 뙤약볕도 피할 것 같았고......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는데............ㅠㅠㅠㅠ 1. 산행일시 및 구간 ◆ 산행일시 : 2010년 9월 4일(토), 당일산행, 산행시간(08:12~16:43, 8시간 31분 소요) ◆ 산행코스 : 죽령-삼형제봉-도솔봉-묘적봉-솔봉-뱀재-싸리재-시루봉-투구봉-촛대봉-저수령 (남진, 20.18Km)  2. 산행 출발 원래 잠이 적은 체질인데 어제 저녁에는 대여섯 시간을 푹 잘자고.....상쾌한 기분으로 새벽에 집을 나선다. 몸 상태도 좋고 무슨 일을 하든지 잘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반갑게 회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버스에 올라탔다. 주차장에서 오가는 대화 중 원래는 저수령→죽령의 북진구간인데 집행부 회의에서 죽령→저수령의 남진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얼핏 우려 섞인 불안감도 감돈다. 자칫 초반 6km 오르막에 지쳐 버리면 남은 14km 오르막, 내리막이 지옥일 지 모른다는.......그래도 한 여름은 지나갔으니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주류다. 간단한 아침 요기로 버스에서 김밥이 나왔다. 아침 일찍 먹어 왔던 그 동안의 샌드위치가 소화에 안 좋았던 게 사실이다. 천천히 잘 씹어 먹고 나서 또 한숨을 잘 잤다. 8시 넘어 죽령에 당도하여 분분히 장비를 챙기고.......단체사진 한 컷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인 죽령에서 출발 전 단체사진> 처음부터 오르막이 꽤 심하다. 나와 슈퍼래빗은 컨디션이 괜찮은데.......역시 송총무님이 초반부터 고전한다. 이틀동안 배탈이 나서 엄청 고생하고 원래는 참석하지 못할 거라 했는데......한 구간이라도 빠뜨리면 땜방이 너무나 힘들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참석하였단다. 다행히 내 배낭에 여유가 있어 먹거리를 옮겨 담았는데도......벌써 초반부터 호흡을 가다듬고 쉬기를 반복한다. 오죽 했으면 중간에 물 1리터마저 내 배낭으로 또 옮겼다. 힘든 오르막에 1리터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앞서가던 철녀님도 일주일 동안 여름감기를 앓았다며 천천히 같이 가자한다. 다행히 의리파 슈퍼래빗이 동행해 주고.......삼삼오오 시청 직원들이 같이 합세했다. "홀로 즐기는 천국보다 함께 하는 지옥이 낫다"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도솔봉 오르막에서 잠시 물과 영양 보충> 3. 도솔봉의 하늘(도솔천)은 높고도 멀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말은 대개 진리이다. 그래서 등산코스도 처음에 고생하고 나중에 널널하게 방향을 잡는게 보통이다. 오늘 우리도 처음 힘든 도솔봉 6Km 오르막을 한낮 더위를 피해 빡세게 오르고 나서 나머지 14Km는 여유있게 사부작 사부작 가는 것으로 정하였고 회원 아무도 이의가 없었다. 그런데 인간만사 처음 계획대로만 된다면야 무슨 시름이 있을쏜가???? 이렇게 시작된 도솔봉 오르막길! 처음 30분은 말할 것도 없고, 계속 오르막의 연속이다. 땀은 비오듯 하고 바람은 없는 무더위에 숨이 턱에 찬다. 오르고 또 오르고.......한시간도 못되어 송총무님이 쉬어가자 하신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빈사 상태의 철녀님, 송총무님 그리고 나와 슈퍼래빗> 한참을 오르고 또 올라 정상에 다다르니..........이런, 도솔봉이 아니라 삼형제봉이라 한다. 이제 겨우 2Km남짓, 도솔봉(1차 목표로 1,314m! 이번 구간의 최고봉이다) 정상은 앞으로도 4Km가 더 남았단다. 문제는 정상까지 삼형제봉을 거쳐 6km 오르막의 연속이다. 이미 탈진 상태인 몸을 이끌고 송총무님이 고전을 거듭한다. 가슴과 심장에 엄청 무리가 되는 모양! 주위에서 그냥 포기하고 내려가자고 해도.......차라리 목적지인 저수령으로 탈출하겠다고 완강히 완주의 의지를 꺾지 않는다. 나중에 마라톤을 하다 심심찮게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상태가 실감이 나더라는 말로 그 힘들었던 속내를 표현하였다. 같이 가다 보니.......무더위 속에 너나없이 일행들 모두 지쳐 간다. 4. 미당(서정주) 단상!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도솔천 하니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서정주님의 "춘향유문"의 한 귀절이 문득 떠오른다. 도솔봉에 오르는 길이 너무 힘들던 중 불현듯 떠오른 싯귀이다. 사실 나의 중고등학교 청춘 초입에는 미당의 "화사집" "국화옆에서" "동천" 등으로 대표되는 격정적이면서 또 서정적인 미당의 시 세계에 매료된 적이 있다. 그러나 대학 이후에는 미당의 현실 순응적인 태도에 격분하여 변절자 내지는 현실에 눈을 감는 얄팍한 언어 유희론자로 매도하곤 했었다.  <도솔봉에서의 선두진 모습> 그런데 며칠 전 신문에서 전북 부안에 "질마재길"(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과 유사)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타인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논하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절감하였다. 미당의 원초적 고향을 모티브로 쓴 시집 "질마재 신화"를 배경으로 조성된 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에 몽환적으로 그려지는 "곰소마을"도 있다 하니 언제 한 번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지금은 미당에 대해서도, 아님 그 누구의 삶에 대해서 함부로 어느 순간의 나의 잣대로 평하고 재단하지 않는 분별력은 갖추려고 노력한다. 5. 도솔봉, 묘적봉, 그리고 점심식사! 햇볕과 무더위와 깔끄막과 씨름하기를 어언 2시간 20분! 겨우 도솔봉에 올라서니.....대부분 일행이 기진맥진한 상태이다. 이제 겨우 1/3도 못 왔는데 벌써 탈진상태라니.......여름철 산행의 어려움에 새삼 두려움이 느껴진다. 대다수 회원들도 오르막길 갈증 때문에 물을 많이 소비해서인지 물 보유량을 점검하고 걱정들이 많다.    <도솔봉에서 모두들 한 포즈! 철녀님 상태가 영 좋지 않다!> 송총무님은 한쪽 옆에 쓰러져 잠시 숨을 고른다. 일부 회원들이 쉬어 가자고 했으나 남은 거리가 너무 많아 총총히 길을 재촉한다. 오르막 내리막이 되풀이된다. 한참을 가다가......묘적봉에서 일행이 모여 점심을 먹기로 한다. 가지고 있는 모든 음식을 펼쳐 놓으니....이 또한 진수성찬이다. 시청 직원 일행들은 소주도 몇 잔씩 기울인다.  <묘적봉에서 한 컷!>  <묘적봉에서 점심식사!> 새벽님이 최근 배운 하모니카로 베에토벤 합창교향곡에 나오는 "환희의 송가"를 열심히 불어대고.....모두들 스틱으로 장단을 맞춘다. 필을 받아 내친 김에 김춘수님의 "꽃"과 김소월님의 "산유화"까지 구성지게 시를 낭독하여 모두를 기쁘게 한다.  <새벽님의 하모니카 연주! 그리고 시 낭송!> 6. 염천지옥! 다음은 가이없는 오르막 내리막, 지옥행군의 연속이다. 뱀재 근처에서 철녀님이 기어코 탈이 났다. 머리에 빈혈이 나고 손발이 차가와지며, 식은 땀을 흘리며 탈진상태에 빠진 것이다. 다행히 송총무님이 의료계통에 실무 경험이 많아서 잽싸게 대처한다. 내가 비상으로 챙겨 간 수지침을 이용하여 한참 동안 손과 귀 여기저기에서 시커먼 피를 상당히 많이 뽑아 낸다. 정말 피가 하늘로 솟구친다. 우리 일행은 걱정스레 지켜보고.........  <빈혈과 탈진상태의 철녀님을 치료하는 송총무님! 시커먼 피가 엄청 나옴!!!> 한참만에 다행히 기력을 되찾은 철녀님과 다시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 산행을 이어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자그마한 오르막 마저도 오늘은 한없이 힘들다. 거의 비몽사몽 간에 정신력으로 걷고 있을 뿐! 거리나 시간 감각도 무뎌지고....각기 남은 물로 서로 조금씩 목을 축여가며......3~4시간을 강행군한 결과.....드디어 시루봉, 투구봉을 넘어........마지막 봉우리인 촛대봉에 도착하였다. 이제 내리막만 가면 목적지인 저수령이다. 7.촛대봉, 그리고 저수령! 촛대봉에는 10평 남짓 부드러운 풀밭이 펼쳐져 있다. 너나없이 배낭과 스틱을 집어던지고 벌렁 들어 누웠다. 철녀님과 송총무님도 행색이 영 말이 아니다. 어찌 일어나서 사진 한 컷하고 무거운 발을 내딛었다. 얄궂은 누군가 촛대봉 표지판의 글자를 일부 지워 "좃대봉"으로 표시해 놓은 것을 보고 모두들 실컷 웃었다.  <촛대봉에서.......철녀님 굴욕사진!> 부지런히 내려가는데 선두 대장님 중 한 분이 후미들이 걱정스러워서 마중을 나오신다. 정말 대단하고 절로 존경의 염이 생긴다. 맨 후미는 이제야 시루봉에 도착해 있단다. 그리고 마침내 맞닥뜨린 백두대간 저수령 표지석! 지난 달 구간의 날머리이다. 반갑기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마지막 인증 샷 한 컷으로 마감하고.......지친 몸을 이끌고 몸을 씻고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날머리인 저수령에서 슈퍼래빗과......> 이런! 지난 번에 음식을 준비하여 화려한 하산식을 즐겼던 폐 주유소 음식점과의 사소한 트러블로 오늘은 목물도 못하고 그냥 가야 한단다. 온 몸과 옷이 땀에 절어 있는데..........다행히 선두가 저 아래쪽 계곡에 실개천 물이 있다기에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내려 갔는데........ 조그만 컵으로 받아 겨우 고양이 세수만 할 수 있는 진짜 실개천이었다. 남성/여성 부끄러워 할 것도 없이 여기저기에서 옷을 벗고 정말 차가운, 컵으로 받아 모은 물로 고양이(?) 목물을 하고.......새 옷을 갈아 입으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 한 컵의 물로 이렇게 요긴하게 목욕하고 또 즐거움을 맛보다니......재물이든 돈이든 꼭 많아야 풍족하고 행복한 것은 아님을 절실히 깨닫는다. 이번엔 후미도 악전고투 속에 상당히 빨리 오신 편이다. 차를 타고 한참을 내려가 일반 음식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쳤는데.........식당에서 우리가 가져온 하산주를 못 먹게 한 때문에 일부 회원님들이 기분이 나쁘셨던 것 같다. 강원도 인심이 이게 아닌데......다음에는 처음 식당을 물색할 때 확실히 해야 할 것 같다. 8. 집으로! 귀가 길 버스에서 모두들 녹초가 되어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어떻게 도착하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깊이 잠들었나 보다. 안산 중앙역에서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서로 인사를 나누며 뿔뿔이 헤어진다.  <염천지옥에 빠진 것 같은 오늘의 대간 준령.ㅠㅠㅠㅠ> 내차를 같이 타고 오던 중, 강총무님, 김은철 대장님 그리고 내가 의기 투합하여 시원한 생맥주 몇 잔 걸치기로 약속하였다. 차를 집에 주차해 놓고 얼른 집에 들어가 장비를 정돈하고.........마눌님께 생맥주 한 잔 같이 먹자고 꼬셔 보는데........역시 씨도 먹히지 않는다. 에휴~~ 다음 세상에 또 결혼할 일 있으면 꼭 소주 1병 쯤은 같이 마실 수 있는 여자와 결혼해야지 중얼거리면서 일행이 기다리는 쪼끼쪼끼 생맥주집으로 향한다. 기분 좋은 나른함 속에 시원한 생맥주 한 잔씩을 "위하여~~~" 합창에 맞추어 연거푸 쪼아 대니........정말 힘들었던 오늘 대간 산행에의 무용담과 함께.......알싸한 알콜의 힘을 빌어........과거와 미래가 혼재된, 시작도 끝도 없는, 또 다른 대간 소설이 한없이 이어지며........우리들의 중년도 또 그렇게 저물어 간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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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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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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