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금요일) 한양대 목고 31기 후배들 모임이 있어서 한양대 목포 향우회 총무 자격으로 참석했다. 후배들 자리였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빈속에 양주를 많이 마시게 되어 다음날 거의 초죽음 상태가 되어 일찌감치 오늘 동창회 모임을 포기했다.

퇴근하여 귀가하는 중에 신흥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옥현이와 달호가 왔으니 꼭 나오라고 한다. 옥현이는 저번에 봤는데 달호는 처음이다. 반가운 마음에 무거운 몸을 뒤로 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30주년 행사 문제로 친구들이 열띤 토론중이다. 반대쪽 끝에 옥현이와 달호가 있다. 멀리서 서로 눈인사만 했다. 회무 문제로 동창회에서 토론하는 모습은 처음이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재경 추진위원장 승돈이와 총무 신흥이가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신흥이는 토론이 아니라 거의 전투 수준이다. 어느 정도 분위기 파악이 되어 토론 내용물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각 예산 항목들이 27기 기준으로 예산의 가감과 항목의 첨삭에 대한 토론이며, 행사 성격에 있어서 목포와 서울의 차이에 대한 토론이었다. 기금 모금에 대해서는 이미 토론이 끝난 상태였다.

개인적인 과거 경험상으로 볼 때, 시간이 허용하는 한 구체적인 토론이 필요하고, 일단 토론이 끝나면 모든 것을 집행부에 위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오늘 동창회 난상토론을 보고서 가장 이상적인 토론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동창들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의견 개진과 집행부의 가능한 문제점에 대한 토론 유도와 정리가 별 무리 없이 잘 진행되었다. 친구들아 같은 동창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달호와 옥현이가 중간에 간다고 한다. 이유가 있겠지만 달호 너 때문에 힘든 몸을 이끌고 참석했는데, 얘기도 못해보고 간다니 많이 허탈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토론 중이라도 자리를 옮겨서 얘기 좀 해볼 텐데. 다음에 만나면 이번에 못한 얘기 10배는 해야겠다. 일홍이와 보강이 언제나 모임을 만들려나.

재선이는 홈피상에서만 알고 있는 동창이었다. 글의 느낌상으로 부드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느낌과 일치했다. 차분하고 조용한 스타일이다. 반갑다 친구야, 과거에 일수 연락처를 너에게 물었었는데, 기억나지가 않겠지.

토론자 중에 또 한사람의 전사가 있었는데, 용식이다. 신재와 함께 토론이 거의 전투적이다. 만나보니 의료계 동창들 중에서 선두주자답게 강한 인상이 풍긴다. 일수와 함께 의료봉사를 많이 한다는 소식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동창회를 위해서도 큰일을 해왔다는 것은 그 날 알았다. 고맙다 친구야. 1차 끝나고 서둘러서 가던데 바쁜 일이 있었나 보다.

보강과 병일이도 야간에 일하는 직업이라 토론 도중에 빠져 나갔다. 2차에서 7반 반창들 형록이, 도형이, 덕봉이와 함께 앉아 3월 반창회 모임에 대해서 얘기했다. 병무가 50만원 보낸다니 7반 기금 할당액은 끝났다. 반창들아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3월에 보자, 아직 얼굴도 보지 못했는데 기꺼이 성금에 동참해준 기택이, 병무, 수완이, 동우야 3월에는 꼭 참석해서 얼굴 좀 보자. 덕봉이가 연락할 거야.

승돈이에게 고생한다고 얘기하니 두 번 다시는 이런 일 맡지 않겠다고 한다. 맞는 얘기야, 이런 일은 한번으로 족하지, 그 한번을 동창들이 번갈아가면서 맡으면 되겠지. 인상이 별명은 ‘갈대’라고 했었는데 오늘도 그 진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토론에 대해서 거의 방임적이다가 동창들의 요구로 사회를 진행했는데, 그 성격이 어디를 가겠는가, 결국은 다시 신흥이의 목소리가 커졌다. 건이는 많이 건강해 보였다. 위암 수술 받고 지금의 상태라면 위에 국한된 조기 위암으로 생각되며, 이 경우 2-3년 후면 정상인과 똑같이 먹고 생활하고 살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건아 귀환을 축하한다. 2차 맥주는 덕분에 잘 마셨고, 노가리 발라주는 서비스까지 고마워. 영배는 토론 때부터 2차까지 얼굴이 계속해서 굳어 있다. 영배야 포커페이스, 토론에서 인상이 굳어지면 지는 거래. 영철이 얘기를 들으면 너네 반창회 기금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스마일, 스마일. 신재와 신흥이는 1차에서의 토론이 덜 끝났는지 2차에서도 같이 앉아서 큰 소리가 오고간다. 둘이 아주 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나보다 친해지려면 더 열심히 토론해라.

인덕원파(재령이, 영호, 덕봉이, 영철이)에 묻혀 재령이 아지트인 카페에 갔다. 또 다른 키메라를 기대하고 갔었는데, 기존의 키메라로 만족해야 했다. 재령아 ‘바다 위를 나는 키메라’, 느낌이나 떠오르는 이미지가 훌륭하지 않냐? 아지트 잘 관리해라. 영철이와 영호의 토론도 만만치가 않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개념차이가 뚜렷한 것 같다. 둘의 생각이 좁혀질려면 많이 더 많이 얘기해야 될 것 같다. 영철이가 현실적이라면 영호는 이상적이라는 느낌이다. 둘의 생각이 조화를 이룬다면 가장 바람직한 결론이 나오겠지.

얘기만 하는 분위기가 못마땅한 덕봉이가 장소를 옮기자고 자꾸 채근 댄다. 시간도 늦었고, 내 몸 상태도 그렇고, 영철이도 마나님이 찾아서 추가는 다음으로 미루고 영철이와 함께 택시를 타고 서울로 귀가했다. 귀가 도중에 재령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결국 덕봉이 원대로 노래방에 왔다고 한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