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승남)은 대둔산에 오르는 과정 속에 삶을 이야기하는 솜씨는 꽤 능숙하나 다투고 있는 남녀가 결말까지 등장해야 하는 까닭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산에서 산으로>(정세교)는 제목이 시사하듯 주인공이 태어나 살아가는 긴 이야기를 줄줄이 담고 있다. 단편과 장편의 차이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

<춘설>(김소윤)은 아버지, 본인, 아들로 이어지는 긴 소설에 어머니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역시 단편의 특질을 연구해야 한다.

<산, 아름다운 동행>(홍재선)은 산을 말하기도 전에 ‘산 동아리’를 만드는 자체를 너무 길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밖에 <요세미티의 추억>(김명림), <꿈꾸는 유토피아>(백남오), <산행기 모음>(이호진) 등 수기 형식의 글이 여러 편 있으나, 진지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수기도 소설도 아닌 형태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 중 <천지, 그 푸른 물에 발을 담그고>(김순의)는 잔잔한 필치가 돋보이지만, 이제 천지의 감동을 말하기에는 좀 늦은 감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설악산 마녀전>(유희민)은 차분한 자세에 진솔함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랜턴’과 ‘복분자’의 역할이 좀 과하다 싶으나 자세한 실제 산행과 이야기의 진행이 알맞게 조화되어 있다. 오랜 공부가 느껴지며 ‘마녀’의 아름다운 마음을 잘 빚고 있는 작품이어서 당선작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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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유감 (山行 有憾) -

유희민 작가님
 
아내는 내가 산에 가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쩌그, 이참에 동창들 가야산에서 모인단디?
   은제라?
 
   토요일에 갔다가 일요일날 온다.
   하룻지녘 자고 온다고?
 
   금매, 그래야 쓸랑갑다.
   인자 아조 작정을 했그만?
 
   일 년에 꼴랑 두 번인디 믓을아?
   또 언 년하고 같이 가요?
 
   아따, 니는 믓을 어서 자고 온다고 그라믄 성깔이냐?
   글믄, 나도 따라 가께라?
 
   부부동반 아닌디야. 그라고 산도 짚어서 니는 따라 오도 못해.
   쫀작쓰지 말고 갔다 올라믄 가고 말라믄 마쇼.
 
   글믄, 같이 갈래?
   존말할 때 일요일날 연탄보일러나 손봐 놓쇼이.
 
아내는 내 젊은 시절 그 아스라한 추억조차도
무거운 업보(業報)로 만들어 평생 내 어깨를 지눌러 버립니다.
 
 
                   보해 시집 '동네 한 바퀴' 中에서.....

출처: http://cafe.daum.net/mokpogo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