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고등학교28회

7반 반창회 후기
ㆍ작성자: 김대철	ㆍ작성일: 2008/10/21	ㆍ조회: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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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다 큰 아들놈이 밥을 먹다가 갑자기 돌 때 자기가 무엇을 집었는지를 묻는다. 나는 생각이 나질 않아서 머뭇거리는데, 집사람이 돌잔치를 안했다고 한다. 순간 나도, 아들놈도 머쓱해졌다. 나는 아비로서 당연히 해줘야 할 것을 못해준 것이고, 아들놈은 누구나 다 거치는 중요한 인생 의례를 거치지 못한 것에 대한 서운함이 들었을 것이다. 당시 병원에서 살다시피 한 전공의 1년차에다가 경제적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친가와 외가 가족들끼리만 간단하게 식사로 끝냈다는 집사람의 부연설명이 있었지만 아들의 멋쩍은 표정이 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따라 퇴근길에 교통량이 많아서 반창들과의 약속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집 부근 지하철역에서 집사람에게 차를 맡기고 곧바로 지하철을 탔다. 목적지에 거의 다가갈 무렵에 우리 반 머슴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산행이 끝나고 오는 중이란다. 오늘 이팔산우회에서 북한산 산행을 하는 날이다. 어쩌면 2차에서 산우회 멤버들과 만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심전심일까 덕봉이가 함께 있는 친구들을 차례로 바꾸어준다. 병일이, 재령이, 승관이, 영철이, 모두 1차 만남의 장소로 초대했다. 통화하느라고 내릴 역을 놓쳐 다시 되돌아오니 도형이와 만성이가 미리 와 있다.

도형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영락없는 시골 아저씨 같다. 몽골에서는 농사(감자, 밀)일을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공연(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하는 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단다. 나도 모르는 학창 시절의 비화가 마구 쏟아진다. 당시 밴드를 결성해서 공식적으로 목대 원정 공연까지 했다고 한다. 드럼 김도형, 보컬 최신, 베이스기타1 유희민, 베이스기타2 박만성, 오르간은 생각나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목고 1기 밴드로 평가받고 있단다. 내년 30주년 행사 때 재결성 공연 얘기가 나왔으나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대신에 다른 공연을 준비할 것이란다. 기대가 된다.

만성이는 마나님이 아파서 아들놈을 데리고 왔다. 직업 선택이 잘못됐을 정도로 마스크가 핸섬하다. 아들놈도 예의바르게 잘 키운 것 같다. 직업상 진료실에서의 아이 행동을 보면 그 집안의 가정교육 정도를 가늠할 수가 있다. 단체에서 어떤 일을 진행할 때 구성원 모두의 바람대로 할 수는 없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 결정이 되면 일사천리로 진행하되 소수의 언로도 열어 두어야 한다. 소수 역시 방법이 다를 뿐이지 목적은 같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만성이의 소수 의견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기택이는 잔뜩 기대했는데 학원 연장수업 때문에 참석 못한다고 한다. 다음에는 볼 수 있겠지. 희곤이는 직장 일로 이번 주는 참석이 어렵단다. 2번째 주가 모이기 좋다고 하니 다음에는 그렇게 하마. 참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범이가 뒤늦게 참석했다. 이미 다른 곳에서 한잔 걸친 상태다. 늦게라도 참석해서 고마웠다. 저번 반창회 때에도 재희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만나지 못했다. 종업원 말로는 주말에는 가게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궁한 사람이 샘을 판다고 평일 날 한번 방문해야지.

완수와는 전혀 연락되지가 않는다. 완수야, 당분간 내가 네 역할을 하고 있을 테니까 안정 되는대로 네 자리로 빨리 돌아와라.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일단은 내가 반창회 회장(완수) 대행을 맡기로 했다. 30주년 모금에 대해서 반창들과 옵저버(재령이, 승관이)의 의견들이 오갔고, 다른 고교 및 반창회의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최소금액(30만원) +알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침이기 때문에 참고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다.

그 동안 덕봉이의 역할로 성금 구두약속을 받은 반창들이 있는데, 재희가 100만원, 기택이가 50만원, 덕봉이가 50만원, 만성이가 30만원 내기로 했단다. 나 또한 100만원은 내야 할 것 같다. 목표액이 400만원이라고 하니 도형이, 희곤이, 인범이, 완수까지 합하면 무난히 달성은 하겠다. 도형이가 다른 반창들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하니 김현 선생님 찾아뵙는 것도 문제없을 것 같다. 일이 쉽도록 만들어준 반창들아 정말로 고맙다. 이 웬수는 앞으로 차차 풀어가마.

북한산 산행 팀들이 와서 빈 자리를 모두 채웠다. 역시 모임은 시끌벅적해야 제 맛이다. 승관이는 청계산 2차에서 악수만 하고 지나쳤는데 이렇게 따로 만나보니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보인다. 역시 유명세만큼이나 재경 목고 28회 초대 회장답다. 재령이는 반창 모임 토론에 반창들보다도 더 열성이다. 재령이 덕에 지침이 쉽게 결정 되었다. 2차에서도 그 좋아하는 잠을 포기하고 분위기를 살렸으니, 재령이를 7반 고문으로 영입해야 하나? 호랑이 없는 호랑이 굴에서는 여우가 대장이라고, 영학이가 없으니 영철이가 분위기 메이커다. 끝날 무렵 먼저 사라졌는데 혹시 산에서 못 낚은 인어를 여의도에서 낚은 건 아니겠지? 병일이는 이미 별유천지에 다녀온 비인간처럼 보인다. 게다가 연목구어까지 성취했으니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렇다고 토론 중에 소리 없이 가는 것은 또 뭐냐? 친구들아 고맙다. 니들이 아니었으면 썰렁했을지도 모르는 모임을 활기차고 재미있게 빛내줘서.

오늘은 나도 술이 좀 과한 것 같다. 집에 귀가한 시간이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다음 주부터 시험이 있어서 늦게까지 공부하고 있는 아들에게 아침 일로 많이 미안했다. 나를 닮아서 부족한 머리로 공부하느라고 고생한다. 그래도 요령피우지 않고 미련스럽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구차하지만 아들에게 변명하고 싶어져 ‘대열이 답사’ 부분 중에서 일부분만 보여주고 이해를 구했다. 멋쩍게 웃으면서 알았다고 대답하는 것이 제법 어른스러워 보인다.

기념비적인 졸업 30주년 ‘홈 커밍 데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연락이 안돼서 참여하지 못하는 반창은 없어야겠다. 훗날 반창들에게 멋쩍은 변명일랑 추호도 생각 말아야지.

반창들아, 모든 반창들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아자! 아자! 삼칠하나!!!

전대열 2008-10-21 17:09	학창시절에 워낙 말이 없는 친구라서 서로 대화하고 이해할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이렇게 가깝게 느껴지는것은 대철이의 글이 언제나 반갑고 재미있고 고맙기 때문이겠지. 반창들을 위해서 앞장서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대철이가 자랑스럽다. 아빠말을 이해하는 아들인걸 보니 올바르게 잘 자랍구만. 사실 나도 둘째 돌잔치 못해주었다. 살다 보면 그럴수 있는것 아닌가?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게.

유희민 2008-10-21 18:07	대철이.... 인자 살살 정들라 칸다...ㅋㅋㅋ 함 보고잡네.... 글에 진정성이 보이고.... 잘 쓰네.... 항상 이렇게 모임 후기가 있으믄 그림이 보이는디.... 딸랑 사진만 올린께.... 공지사항 일색인 이 게시판에 니가 나타난 이후에... 최소한 댓글을 달아도 예전처럼 벽보고 소리치는 그런 느낌은 없는것 같다. 선풀은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고는 하더만.... 뭐 짜달시리... 내 말은 선풀도 아니다.... 다른 댓글에 한번 씨부리기는 했다만... 30Cm 잣대 들고 목욕탕에서 만나봐야... 그래야 진정한 선풀이 나오지....

김대철 2008-10-21 19:57	동지 생겨서 위안이 된다. 고마워 대열아. 조만간 네게 전화하겠다. 그 동안은 내가 나설 입장이 아니어서 전화하지 못했다. 목포는 잘 되어가고 있겠지? 그런데 너도 물들어 가냐? 내 글에서 썬플은 사절이야. 다음에 건강하게 만나자. 아나키스트, 학창시절에 베이스 기타리스트라, 시쳇말로 꼴통중에 하나였구만. 목대 공연 후에 도형이는 담임선생님께 몽둥이찜 당했다는데, 너는 괜찮았냐? 12반 반창회 한다는데, 그 때 올라오지, 2차에 합류하자고. 중늙은이 둘이서 그것도 머시마끼리 정들면 해외토픽 감이다. 50cm 줄자들고 목욕탕에서 보자고.

오덕봉 2008-10-22 17:11	대철이의 반창회에 대한 열성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구만. 대철아 고맙고 고생 많았다. 등산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와 분위기를 살려준 재령이.영철이.승관아 고맙다. 대열아 목포도 함 반창회 해라. 희민아 언제나 웃는 너의 모습이 보고싶다. 오르간은 음악과 스포츠의 달인인 안우상이가 했지롱 ^^* 이번에 참석한 인범이,만성이,도형이 너무 반가웠고, 이번에는 바빠서 참석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참석할 김기택, 김세용, 김재이, 김희곤, 박완수, 문승오, (다음 모임에는 꼭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