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고등학교28회

10일 째 오후 - 경주 한 바퀴
ㆍ작성자: 이경호	ㆍ작성일: 2013/11/02	ㆍ조회: 2892
ㆍ추천: 10	ㆍIP: 121.xxx.169

경주는 어디에 먼저 도착하는 것이 좋을까?
대릉원 주차장이 답이다.
내비로 첨성대 주차장을 찾으니 나오지 않는다.
이런 .... 첨성대에 주차장도 만들어 놓지 않다니......쯧쯧했디.
고딩 수학여행때 와보고는 처음이라 그럴수도 있지요. 뭐.

대릉원의 미추왕릉과 천마총 - 첨성대 - 안압지(동궁과 월지) - 석빙고 - 월성 지구로 걷고 걸어서 한바퀴 돌다.

대릉원에서 가장 큰 미추왕릉.
주위로 나무가 삥둘러 관리가 잘되어있다.

천마총 입구 . 들어가니 얼마나 시원했던지....

많은 장식구들이 나왔던...아직 왕이라 확인되지 않아 천마총
천마도와 금관(역시 왕인지 알 수 없으니 금관) 금 허리띠등이 전시되어있다.
주인은 지증왕이 아닐까 한단다.
온전히 보관된대로 탐사가 이루어졌을텐데 왜 주인의 비석이 없을까?
밖에 있던 걸 누가 훔쳐가버렸을까?
무령왕릉엔 그의 이름이 고분 안에 남아있었는데....여러 방식으로 .

첨성대. 못들어가게 하였지만 당연히 뚜벅뚜벅 들어가서 만져보고 한 바퀴 돌고 나왔지요.
누군가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지도 들어가드라구.

안압지 - 녹조
밤 조명에 오히려 멋지다는데 경주에 한 밤을 자야했을 것을. 또 후회.
밤의 경주 야경을 봤어야 하는데 귀신이 씌여 ....

과거엔 공터에 궁 건물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안압지는 옛 이름이며 동궁과 월지라고 한다.
안압지가 중요한 이유는 호수 속에 빠져버린 옛 물건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었다는 점이다.
경주박물관에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전시했다.

월성 내에 석빙고.

월성 월성 하는데 뭔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
지도를 보니 알겠다. 숲 모양이 반달 모양이며 신라때 궁전이 있었던 곳이란다.
노랫말에 나오는 황성 옛터가 월성 지구이다.
월성 동쪽에 있는 작은 궁을 동궁이라 하고 호수를 월지라 붙였다. 안압지의 새이름이다.

포석정. 역시 들어가지 말라고 했는데 대체 왜 그러는데....
멀리서 왔으니 가까이 가서 만져봐야지..
들고 온 생수 물을 부어 흘러내리는지 확인하고픈 간절함을 달래고...
여기까지 왔으니 남산이라도 올라가야지 라고 하면 칼 들고 덤벼들 날씨.

경주 박물관 에밀레 신종. 모형이 아니라 진짜.
국보급 종 또 하나는 용주사, 수원 건융륭 옆 용주사에 하나 있드라.

박물관 전시물중 눈에 익은 조각품. 신라의 미소던가?
보기엔 별거 아니겠지만 상징적이라는 것과 오래되었다는 것......
한국에서는 오래된 게 제일 대접받는다.
왜냐면 몽고 일본 북한 이네들이 다 부수고 태워서
고려 시대 건물이면 창고 조차도 국보가 되는 나라.....에잇 나쁜 시끼들...

분황사 3 층 전탑. 塼 벽돌 전.
흔히 보는 석탑보다 생소한 전탑.
벽돌로 쌓아 올린 탑으로 석탑보다 더 높이 쌓을 수 있지만 붕괴의 위험성이 더 높다.
각도로 보아 끝을 계산하면 9층이라고 한다.

경기도 여주 신흥사에도 전탑이 있다.

분황사 밖으로 황룡사지 터가 넓다.
거기에서 나오는 이들에게 뭐가 있더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 마음이 푹 놓인다.
뭐가 있었더라면 저 길을 걸어 하염없이 들어가야 했을텐데 말이야. 2013 년 8월 중순에 말이야.

분황사 입구에서 본 황룡사지 . 당간 지주만 하나 보인다.

황룡사지를 보기엔 인터넷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경상도의 긴장감.
레이스를 펼치는 차들과 뭔가 모를 불안감.
최악이었던 울산 찜방.
그것이 경주를 벗어나게 한 귀신이었나보다.
저녁 시간을 이용해 대구를 직통하여 무주 구천동으로 날랐다.
계획은 다음날 아침 대구 동화사와 합천 해인사를 거쳐 무주로 가는 코스였는데 경주의 하룻밤이 무서웠나봐.

무주 구천동에 밤 늦게 도착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술 생각이 간절하여 돼지 갈비를 시켰다.
꽁지 머리를 한 할아버지 쥔장.
무주 구천동 시인이시란다.
무주 박해성. 서칭을 하니 뜬다. 호호...
밤 늦도록 주고 받으면서 시를 이야기하고 무주를 이야기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저도 시 몇 개 썼는데 좀 봐주세요. 했더니 시큰둥 자기 시 이야기만 한다.
그의 시를 큰 소리로 낭독하며 묘사가 좋고 운율이 어쩌구.... 영감님 띄워주기를 했다.
혹시나~~~ 술 값이라도 ~~~ 하고.

긴 이야기가 있을 줄도 모르고 술 탁자가 반가워서 괜히 한 장 찍은 게 남아있네....
여행하면서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거나 맥주 한 캔 정도였다.
무주 구천동과 강릉 경포 해변과 또 어디에선가 한 번 더 마신 거 같은데....

경주에 가본지는 오래지만 모든 것은 눈에 선하다.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과 첨성대 안압지 이 모두는 이미 사진으로( 오히려 사진이 훨씬 더 아름답다,) 본 바라 신기와 감동은 없다. 대체 경주는 왜 갔을까?

한국 여행 - 경주편 - 잘 만들어진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보는 것과 멀리 지도와 내비대로 따라가 이미 알던 것을 보는 것과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까. 밴담의 효과는 어느쪽에 치우칠까?

하루끼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외지라던지 신비로운 곳은 없다. 여행이란 제 자신 속에 변경(외지라던지 신비스러운)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행기란 다녀 온 후 여유를 가지고 한 두 달쯤 기다려 쓰라고 했다. 잊을 건 잊어야 남은 기억들이 중요한 소재가 된다고 했다.

다시. 경주는 왜 갔을까? 산은 멈추는 곳에 산이 있다고 했다.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은 여행의 그림자요, 여행에서의 진실이란 보고 들은 것들로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왜 한반도의 큰 절들 미륵사 황룡사 정림사 등등의 사찰들을 조상들은 지키지 못했을까? 서민들의 피를 먹고 귀족들의 영광과 놀이를 위해 만든 것들이 미래의 관광지가 된다는 것은 옳은 일일까? 라는 거대한 질문으로부터 스님들은 심심하면 비질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님들도 자위를 할텐데. 스님들끼리하는 가장 야한 농담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까지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질문의 눈으로 여행을 겪는 것이 여행의 진실이 아닐까? 대웅전이 없는 절은 왜 그럴까?라는 질문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말이 그 말일까 싶다. 아니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수행이다. 놀고 먹으며 즐기는 게 여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