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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을 찍는 사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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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2013/02/25 | ㆍ조회: 1258 | |
| ㆍ추천: 10 | ㆍIP: 121.xxx.169 |  http://blog.naver.com/ped6009 |
영혼을 찍어준다는 사진사가 있어 그곳엘 갔다. 흠 사기꾼이야 분명하겠지만 영혼을 사기칠만한 꺼리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사진관에 들어서자 역시 사기꾼처럼 생긴 사진사는 들고 있던 카메라로 무턱대고 멍 때리는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나는 영혼을 찍으러 왔다고 했다. 어떤 영혼을 찍고 싶느냐고 물었다. 영혼이 종류가 있느냐고 했더니 옛사랑을 기억하는 영혼이랑 어린 시절의 영혼이랑 우정어린 영혼이랑 강팍한 지금의 영혼이랑 모두가 다른 모습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기 치는 말발에 호기심이 일어 계속 따라가기로 했다. 십 여년 전에 어떤 여자를 좋아했던 그 영혼을 찍고 싶다고 했다. 얼떨결에 하필 그 여자를 골랐다. 사진사는 그 여자에 대해 물었다. 눈매는 어땠으며 성격은 어땠으며 어느만큼 사랑했는지를 물었고 헤어진 이유를 물었고 몇 밤을 지샜는지도 물었다. 너무 꼬치꼬치 캐묻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기왕 그의 사기 행각에 동참하기로 했다. 섹스도 무척 좋았으며 잠자는 귀에 속삭이기를 좋아했으며 아침엔 좀비같이 비틀거린다고 했다. 사진사는 자신의 옛 여자 역시 아침엔 시체라고 맞장쳤다. 문득 옛 여자의 기억이 새롭게 밀려왔다. 그녀가 들려줬던 노래가 있느냐고 묻고 그 노래를 불러보라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을 불렀다. 그때 그녀는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그녀와 같이 들었던 클래식음악을 떠 올려보라 했다. 어느 여행길에 FM 에서 나오던 베토벤 운명을 크게 틀고 따라 소리를 질렀던 기억을 찾아냈다. 그녀의 치마를 첨 들춰 본 기억도 불러냈다. 난 열심히 그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안에 잠자고 있었던 그녀에 대한 영혼이 깨어남을 알았다. 어느 순간 그녀의 하얗고 파르스름한 손등에 대해 말할 땐 입술이 꼬였다. 마지막 헤어지는 날 그녀의 말을 기억해 내는 목소리가 흩어졌다. 사진사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나의 말을 기울였다. 됐습니다. 라고 사진사가 말했다. 순간 나는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너무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을까. 내 이야기를 너무 열심히 듣는 척하는 이 사기꾼에 너무 많은 것을 노출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본연의 방어 심리가 다시 가동 되었다. 허리를 곳추 세우고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했군요.' 라고 평소의 톤으로 사기꾼을 돌아보았다. 사기꾼 사진사는 빙긋이 웃었다. 나는 이제 영혼 사진을 찍는겁니까? 라고 물었다. 당신이 그 여자의 기억 속에서 헤매고 있을때 많은 사진들이 이미 찍혔습니다. 여러 카메라가 당신을 향해 준비되어있었지요. 난 당신의 표정을 읽으면서 몰래 셔터를 눌렀답니다. 당신의 영혼이 찍힌 사진들을 보여드리지요 하며 입술이 비툴어지고 눈이 떨렸던 그 묘한 사진들을 내 놓았다. 이것이 영혼입니까? 하며 푸히히히 웃었다. 이것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하며 처음 막 들어와 찍혔던 멍 때린 사진을 그 옆에 올려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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