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고등학교28회

모텔의 깨달음
ㆍ작성자: 이경호	ㆍ작성일: 2012/03/21	ㆍ조회: 2441
ㆍ추천: 10	ㆍIP: 121.xxx.169	http://blog.naver.com/ped6009

멀지않은 오래 전, 외지에서 하룻밤을 보낼 일이 생겼다. 굳이 모텔을 고른 것은 아니지만 어디도 마땅찮으니 그나마 모텔이었다. 혼자서 하룻밤을 자겠다고 하니 아가씨 불러주기 있기없기를 묻기에 없기로 확약한 후에야 열쇠를 받았다.

기대대로 곧 옆방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깐의 물소리가 들리더니 본격적 신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 정도 소릴 지르면 옆에 들리는구나. 벽을 사이로 침대가 마주보며 배열되었음이 분명하다. 내 침대까지 흔들렸으니까.

벽을 사이로 듣는 소리는 현장 체험과는 또다른 소리였다. 벽으로 걸러지는 소리의 단절이 무척 애태우는 소리로 들렸다. 끊일듯 끊일듯 아쉬움에 다시 크게 이어지는 반가움의 소리는 참으로 달콤하다. 남의 소리를 몰래 감상하기로는 은유가 좋을듯하여 소리를 은유하기 시작했다. 얕게 깔리는 소리는 대숲의 바람으로 이는 청아한 아리아와 같다고 생각했다. 거칠게 나오는 숨소리는 마치 개구리가 무엇엔가 놀라 눈을 두리번거리며 우는 소리같았고 가끔 번개처럼 치는 소리는 소리없이 파고든 칼침에 놀란 비명같았다. 가쁜 호흡에 뭔가 두런거리는 소리는 찻잔을 준비하는 주전자 끓는 소리같았고 긴 한숨같은 신음 소리는 겨울밤 창호지에서 이는 떨림의 소리였다. 절정으로 치닫는 소리는 기적 뒤로 이어지는 기차의 연통 소리같았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거문고로 튕기는 휘모리 장단의 소리였다. 휘몰아치는 휘모리의 소용돌이에서 줄이 끊어져 튕겨나가는 절정의 신음과 함께 소리는 가벼워졌다. 낮게 몰아쉬는 후호흡은 어느 순간은 귀를 때리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을 드러내는 소리로 들렸다.

바지에 손을 넣고 이 소리들을 듣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저들이 서로 지극한 사랑의 순간으로 하는 섹스였다면 저들은 내가 듣는 소리보다 훨씬 달콤했으리라. 저들이 지폐 몇장의 흥정으로 시작된 것이라면 내가 은유한 것들은 모두 허상이고 망상일 뿐이겠다. 저들이 오래된 연인이며 의무적으로 약속된 섹스였다면 무채색이었을 것을 나는 화사한 색깔을 입혀서 들었던 것이다.

들리는 것과 듣는 것은 다르다. 들리는 것은 귀이지만 듣는 것은 마음의 역할이다. 무엇을 듣느냐는 것은 제 마음의 실체를 보는 일과 같다. 마음에 한 편의 아리아가 없더라면 절대 아리아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내 마음이 간사하여 그들의 묘한 체위를 상상할 수도 있겠고 내 마음이 고요하여 그들의 처절한 신음 소리를 애틋한 사랑의 언어로 들을 수도 있다.

들리는 소리가 전부가 아니라 그것을 듣는 마음이 바로 나이고 우리이다.
자아란 똑같은 것을 다르게 듣는 제 마음의 형태이다.

문득 활연대오하여 덩실 춤을 추었다.
또한 그들은 다시 섹스를 시작하는 듯했다.
난 깨달음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다시 벽에 두 손과 오른쪽 귀를 조심히 바짝 붙였다.

진용출

2012-03-21 14:43

예전에 산정동에서 대성동으로 돌아가는 곳에 용꿈 연인숙이라고 있었거든,,,,그곳에서 들었던가 들렸던가 모르겠는데,,,경호 표현처럼 휘모리에 자진모리로 이어지던 음색의 리듬이 아직도 생생하네,,,


이신택	혹시 둥글게 돌아가는 길에서 계단을 올라가는 그곳 용꿈여인숙 아니야??? 거기라면.....여인숙 정문에서 오른쪽 바로 뒷집이 내가 월세집 살았었는데....한 2년간???	3/21 18:20

보강 2012-03-21 16:31	모든 상을 구비한 대기(대근)인데 시절을 기다린 듯...

이경호 2012-03-21 17:00	용꿈 여인숙 이야기 들었다... 누군가의 무용담에 나오는 이야긴데... 누구더라마는......

택공

2012-03-22 06:09

내 실전(?)에 의하면 갱호의방법은 확실히 들리지않는다.애간장만 타지.귀도 아프고.
내방법은 모텔에 있는 물컵을 사용한다.(플라스틱컵이 에이급)
벽에 물컵을 갖다대고 듣고 있노라면 이런 5.1ch오디오 따로 없다.....
또한 나는 따닥따닥붙은 모텔3층을 선호했다!왜?또 구경거리가 있거덩.
지금이야 냉방시설이 잘되어있지만 옛날에는 선풍기가 전부였기에
창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다.그래서 한탕(?)하고 옆모텔방을 창문으로
내려다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ㅎㅎㅎ
용추라!신태가!대성동 용꿈여인숙이 업그레이드 되어
갱호병원 건너편에 "용꿈모텔"간판달고 버티고 있다.


진용출	아...그렇구나...그 숙박업소 참 오래 간다...한 40년 이상 되었을 것 같은데,,,그곳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용꿈을 이루었겠지...나도 그곳에서 입대전에 순정을 다 바쳤는데,,,그여인도 어느 하늘 아래서 아직도 용꿈을 꾸고 있으려나..	3/22 10:37

이신택	여인숙-여관-온천장(?)-모텔로 이어지는 Love Line에...... 벼라별 경험과 깊은 내공을 쌓은 고수들이 지천에 널려 있구나~~~ 그리고 갱호가 이렇게 에로티스트가 된건 전적으로 병원 건너편에 있는 "용꿈여인숙, 용꿈모텔 때문이었음을 이제 알겠네. 나는 갱호의 에로티시즘에 대한 천착이 머릿속 사유의 산물인줄 알았는디.....무수한 실전과 경험의 소산일 확률이 100퍼???	3/22 11:27

이경호	병원에서 보니 용꿈 모텔 보이네... 사진 찍어서 올리야지..ㅎ	3/22 18:40

보해 2012-03-22 14:56	나는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모텔에는 생전 가 본적이 없어서.....

이선재 2012-03-23 15:59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세 . 그러니까 객지에 가서 옆방에 들었는데 니는 혼자인데 옆방에서 풍경소리가 나서 즐거웠다는 야기지 ... 객고도 때로는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고 변양균 신정아같이 소문만 안난다면 ..껄껄

양인상 2012-03-23 20:37	내가 유학에서 돌아올 무렵에 부모님께서 이사가신 곳이 용꿈여인숙 옆 단독주택이었다. 그런 재밌는 곳이었다면 목포에 더 자주 내려가서 지켜봤어야 하는데...ㅎㅎㅎ 그런데 그 용꿈 여인숙이 용꿈 모텔로 경호네 병원 앞으로 이사갔다고? 흠~~~ 일단 경호네 병원에 더 자주 들러야 겠다. ㅋㅋㅋ

정옥철 2012-03-25 21:14	나이들이 들어가긴 가는 것 같다. 소리에 더 느끼는 나이들이 된건가?